닫기

설민스님 ‘살아 있는 계율의 형식, 정법’ 논하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821010010585

글자크기

닫기

황의중 기자

승인 : 2025. 08. 21. 16:51

신간 '정법의 변천에 관한 통시적 연구'
"정법, 승가 뿌리이자 공동체 운영 원리"
정법의 변천에 관한 통시적 연구_표지_앞(라인)
원장 설민스님이 승가를 다스리는 규범 '정법'(淨法)이 어떻게 보존과 갱신을 오갔는지 '율학 통사(通史)'를 밝힌 '정법(淨法)의 변천에 관한 통시적 연구'를 펴냈다.

설민스님은 1985년 부산 보덕사 지형스님을 은사로 출가했으며, 범어사에서 사미니계, 통도사에서 비구니계를 수지했다. 청암사 율원과 청암사 율학승가대학원 연구과정을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선학과를 졸업했다. 일본 화원대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불교학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설민스님은 '정법'을 율장의 대체물이 아니라 시대 변화에 대응하는 '살아 있는 계율의 형식'이라고 정의한다.

정법이 승가의 뿌리임을 확인하기 위해 책은 붓다 재세기의 장면부터 시작한다. 코삼비 분쟁과 데바닷타 오법 논란은 '규범의 제정'이 곧 '청정 유지의 장치'였음을 보여 준다. 초기불교에서는 붓다가 직접 제정한 계율을 철저히 지켰으며, 개인과 공동체의 해탈을 동시에 추구했다. 부파불교 시대에는 계율을 둘러싼 해석의 차이가 승가 분열로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율의 절대 보존'과 '시대에 맞는 율의 개편'이라는 양 극단이 등장했다. 대승불교는 기존 율장을 부정하거나 우회하면서 '자서수계' '십선계' '삼취정계' 등 새로운 형태의 계율을 제정했고, 이는 보살의 수행을 강조하는 윤리로 전환됐다.

중국 불교에서는 선종의 청규가 나타나 현실과 수행을 조화시키는 실천적 규범이 정법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한국불교에도 계승되어 조계종의 수행 전통으로 이어졌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국불교가 청규를 비롯한 다양한 정법을 통해 계율의 정신을 유지하면서도 시대 변화에 적응해 왔다는 점이다.

저자는 정법이 단지 전통 계율의 보존이 아니라, 미래 불교를 여는 길임을 역설한다. 승가 교육의 현장, 재가자의 신행 시스템, 불교 제도와 교단 운영에 이르기까지 정법은 불교 전반에 걸쳐 '다시 시작해야 할 화두'임을 밝힌다. 종단 관계자와 승가 교육자, 불교 실천윤리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 모두에게 의미 있는 통찰과 깊은 사유의 계기를 제공하는 책이다.

'정법의 변천에 관한 통시적 연구'/ 설민 지음/ 민족사/ 3만9500원
황의중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