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공동취재단 정채현 기자·김수연 인턴기자 = 아랄해 사막화로 무너진 우즈베키스탄 주민들의 삶이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과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의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해 회복되고 있다. KOICA가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진행된 ODA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의 핵심 기후변화 대응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외교부 공동취재단은 지난 10~16일 우즈베키스탄을 찾아 회복 중인 주민들의 삶을 들여다 봤다.
한때 세계 네 번째로 큰 내륙호였던 우즈베키스탄 아랄해는 무분별한 수자원 개발로 90% 이상 사라졌다. 우즈베키스탄 서부 지역은 심각한 사막화가 이뤄지며 지역 주민들은 생계 위기를 겪고 있다. 이에 KOICA와 GGGI는 카라칼파크스탄 4개 지역에서 아랄해 사막화로 인한 재난에 대응하고 지역사회 회복력을 제고하는 사업(GRIP)을 공동으로 추진해왔다. 사업 규모는 총 600만 달러로 단순한 재난 구호가 아닌 지역 주민이 스스로 회복력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생계를 구축하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다.
GRIP의 핵심 목표는 △기후스마트농업 정책 수립 △소농민들의 기후회복 역량 개발 △기후적응 농업비즈니스 모델 개발 △녹색·기후 금융 활성화 등이다. 이를 위해 KOICA와 GGGI는 현지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 민간 금융기관과 협력 구조를 구축했다.
모노센터(Mono Center) (1)
0
모노센터 전경. /코이카 제공
성과는 가시적이다. 교육과 훈련을 통해 주민 1만 7900명이 기후 스마트 농업과 창업 역량을 키웠다. 특히 직업 교육은 취업률 제고에 큰 역할을 했다. KOICA-GGGI의 지원을 받는 모노센터는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직업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2021년 개소한 이래 총 교육생의 74.3%가 취직했다.
모노센터에서 교육을 받은 쿤디즈 키디르니야조바(37)는 온실기술, 농업기술 교육을 받았다. 교육을 통해 작은 비닐하우스를 1헥타르 규모로 확장하고 토마토와 오이를 재배해 러시아로 수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는 현재 70~80명의 직원을 고용하며 지역 고용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농업 방식 변화도 눈에 띈다. 기존 범람식 관개에서 점적관개, 스프링클러 시스템, 방풍림 식재 등 '기후스마트농업' 모델이 확산됐다. KOICA와 GGGI는 총 7헥타르 규모 농장에 3만 2000달러를 투입해 시설을 설치했다. 특히 카라우작 산림사업소의 묘목장은 스프링클러 설치 이후 기존 물 사용량의 40~50%를 줄였다.
또한 매년 수십만 그루의 방풍림 묘목을 길러 인근 농장과 주민에게 보급하고 사막화를 방지하고 있다. 방풍림은 사막화된 아랄해에서 소금과 유독성 물질 등이 바람을 타고 날아와 농장에 쌓이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금융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보였다. KOICA와 GGGI는 현지 은행과 함께 총 10억 달러 이상의 채권을 발행해 녹색 투자금 유치를 지원했다. 이를 통해 유치된 자금은 그린빌딩, 재생에너지, 친환경 교통, 기후 스마트 농업 프로젝트 등에 투자되고 있다. 이번 원조는 단발성 원조를 넘어 민간 투자 유치를 통해 지속 가능한 개발을 가능케 한 혁신 사례라고 평가된다.
샤디노브 알리 오라즈바예비츠 (Shadinov Ali Orazbayevich)74세_무이낙 마을주민(2)
0
샤디노브 알리 오라즈바예비츠(74) /코이카 제공
샤디노브 알리 오라즈바예비츠(74)는 아랄해가 있는 마을 무이낙에서 평생을 살았다. 그는 지난 12일 외교부 공동취재단과 만나 "어린 시절에는 아랄해에서 수영도 하고 풍족한 어업으로 살았지만, 지금은 바다가 사라져 생계가 무너졌다"며 "정부와 국제기구가 나무를 심어 사막화 확산을 막는 노력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아랄해가 말라붙은 자리에 남은 것은 녹슨 배들의 무덤과 소금에 뒤덮인 농지 뿐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새로운 농법과 국제적 지원을 바탕으로 다시 뿌리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