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의 사랑 상상 못 해…후속작에 트로트도 보여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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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연출한 매기 강 감독이 22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작품의 제작 비하인드에 대해 털어놨다. 첫 한국 방문에 나선 그는 "팬들이 보내준 사랑이 믿기지 않는다"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강 감독은 5살 때 캐나다로 이민한 교포 2세다. '쿵푸팬더' '슈렉' 시리즈 등 다수의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에 참여한 뒤 첫 연출작으로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완성했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이 지도에서 한국을 찾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그때부터 우리나라를 더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 경험이 한국을 배경으로 한 이번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가 됐다.
작품은 K-팝 슈퍼스타 루미·미라·조이가 화려한 무대 뒤에서 세상을 지키는 숨은 영웅으로 활약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강 감독은 "해외에서 만들어진 한국 콘텐츠에는 디테일이 틀린 부분이 많았다. 이번엔 문화적 요소 하나하나를 정확히 담고 싶었다"며 "한국인 스태프들과 팀워크를 이뤄 꼼꼼히 고증하며 완성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K-팝'과 '퇴마'라는 이색적인 조합에 대해서는 "도깨비·저승사자 같은 이미지는 미국에서 신선하게 다가오는 요소였고 여기에 K-팝을 더하면서 자연스럽게 뮤지컬적이고 이중적인 삶을 사는 캐릭터들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그는 작품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끄는 비결에 대해 묻자 "매력적인 이야기"라고 답했다. 강 감독은 "모든 사람은 사랑받고 싶어 하고 안정을 원하고 인정받기를 원하지 않느냐, 이런 지점들은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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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 캐릭터의 목소리에 실제 딸이 참여했다는 비하인드도 들려줬다. 강 감독은 "임신 당시 루미라는 이름을 떠올렸고 딸이 낯선 어른들 앞에서도 주저 없이 노래하고 연기하는 모습을 보며 감동을 받았다"며 "딸도 자신이 유명해졌다며 자랑스러워하더라"고 웃어보였다.
영화의 메인 OST '골든'에 대해서는 "캐릭터들의 감정과 전사를 담아야 했기에 쓰기 가장 어려운 곡이었다"며 "7~8개의 버전을 거쳐 최종본을 들었을 때 눈물이 났다. 그 순간 '이 곡이다'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루미라는 캐릭터가 헌터와 데몬의 경계에 놓인 설정에 대해선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다문화 배경을 지닌 이들이 정체성과 연결해 공감해주는 모습을 보며 아름다운 현상이라 느꼈다"고 했다. 가장 인기를 실감한 순간으로는 "영화 공개 후 열흘간 남편과 함께 하루 종일 SNS를 보며 글로벌 반응을 실시간으로 체감했다"고 했다.
작품에 녹여낸 무속신앙과 여성 서사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그는 "굿은 최초의 콘서트 같다고 생각했다. 무당이 전통적으로 여성이며 그 상징성 자체가 굉장히 진보적이라고 느꼈다"며 "음악과 춤으로 악귀를 물리치는 설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애니메이션에서는 여성을 예쁘고 얌전하게만 그리는 경향이 있는데 나는 웃긴 얼굴을 짓고 음식을 엉망으로 먹는 여자 캐릭터를 그리고 싶었다. 나 같은 여자를 표현하고 싶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특히 "K-팝 산업에 대한 시선도 긍정적으로 담고자 했다"면서 "산업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기보다는 팬덤의 긍정적인 힘에 주목하고 싶었다. 처음 만들어지는 애니메이션인 만큼 따뜻한 시선으로 다루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K-콘텐츠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현재, 강 감독은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핵심은 자신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감성과 문화를 가감 없이 드러낼 때 비로소 진정성이 생긴다"며 "관객은 '진짜'를 원한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순간, 진심은 사라진다"고 말했다.
한편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지난 6월 20일 공개 이후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영어 영화 부문에 연속 진입하고 있으며 OST '골든'은 미국 빌보드 '핫100' 1위에 오르는 신기록을 세웠다. 내년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 주제가상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특별 싱어롱(Sing-Along) 상영회도 열린다. 관객이 OST를 따라 부르며 영화를 함께 즐기는 형식으로 북미에선 이미 1000회 이상 상영이 매진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오스카 수상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상을 바라고 만든 건 아니지만 업계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면 영광"이라며 "그것이 영화를 만드는 이유는 아니지만 어떤 형태로든 의미 있는 인정이 된다면 감사할 일"이라고 했다.
끝으로 그는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영화를 아껴준 팬들, 그리고 함께한 팀원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아직 후속작에 대해 공식적인 이야기는 없지만 보여드리지 않은 뒷이야기나 아이디어는 많이 있고 트로트를 비롯해 다양한 K-팝을 다뤄보고 싶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