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취준생 몰리자 채용 인원 늘려
성과 딛고 인니 등 동남아 진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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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L7 웨스트레이크 호텔에서 열린 '2025 롯데 글로벌 잡페어'에서 만난 부이 브엉 아잉씨(22)는 긴장과 기대가 교차한 표정으로 모의면접을 기다리며 이렇게 말했다.
롯데그룹이 위기 돌파의 핵심으로 '글로벌 신사업'을 꼽고 동남아 시장 공략에 나선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올 상반기 사장단회의에서부터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피력하며 글로벌 시장 확대를 강조해온 것의 연장선이다.
롯데가 그룹 차원의 첫 해외 통합 채용 박람회를 연 것은 베트남이 처음이다. 당초 400명을 모집할 계획이던 이날 행사에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1300여 명의 지원자들이 몰리며 채용규모를 500명으로 확대했다.
지원자 중 54%(711명)가 롯데백화점과 쇼핑몰 분야에 지원 의사를 밝혔으며, 뒤를 이어 롯데호텔(227명)·롯데월드(132명)·롯데물산(123명) 순으로 높은 관심을 보였다. 2023년 9월 개장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의 성공이 단순한 매출 성과를 넘어 베트남 MZ세대에게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 중 하나로 각인되는 브랜딩 효과까지 거둔 셈이다.
베트남은 롯데그룹의 가장 중요한 해외 시장 중 하나다. 1998년 롯데리아를 시작으로 15개 계열사가 진출해 있으며 현지 근무 인원이 1만명에 달한다. 롯데는 롯데센터와 롯데몰을 통해 '베트남과 함께 성장하는 고급 글로벌 기업'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의 전언이다.
롯데는 이번 하노이 잡페어의 성과를 분석해 호찌민시 등 다른 도시와 인도네시아·인도 등 주요 거점 국가로 확대해 나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현재 전 세계 현지 직원 중 10% 수준인 관리자급 인력 비중을 장기적으로 한국 수준인 30%까지 끌어올린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롯데 주요 유통계열사들도 동남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롯데마트는 도매 유통구조가 자리 잡은 인도네시아 시장을 상황에 맞춰 도매와 소매의 강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매장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도매 중심의 발리점을 리뉴얼을 통해 K푸드와 신선식품 중심의 그로서리 전문 매장(1500평)과 도매매장(500평)으로 재구성했다.
롯데마트는 이번 발리점을 시작으로, 상권 특성과 고객 수요를 정밀하게 분석해 도매와 소매의 강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매장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인도네시아 리테일 시장에서의 성장을 이어가는 동시에, 현지 고객과 글로벌 관광객 모두에게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며 현지 리테일 문화를 선도할 계획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유성탄산음료 '밀키스'를 앞세워 인도네시아 유통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달 중순부터 인도마렛 2만3000여개 점포에 밀키스 오리지널·딸기·멜론 등 총 3종을 입점시키며 현지 유통망을 확보했다. 앞서 올 초 제품 패키지를 인도네시아어로 리뉴얼하고 할랄 인증도 완료했다. 그 결과 지난달까지 밀키스 인도네시아 수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약 318% 늘었고 같은 기간 동남아 전체 수출액도 124%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침체에 인구감소로 내수시장을 통한 성장은 한계가 있다"면서 "롯데그룹은 일찌감치 진출한 베트남을 필두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을 확장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