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력보호 보다 처벌강화에 초점
기금설치·중기 재취업 등 선순환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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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국정원)은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96건의 산업기술 유출을 적발했다. 우리나라 경제 안보에 직결되는 핵심기술도 33건이나 포함됐다. 대부분 전·현직 직원이 자체적으로 빼돌리거나 외부와 공모해서 이뤄진 것이다. 이 중 중국 유출이 절반 이상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미국, 일본, 독일, 베트남, 이란 등엔 일부 빠져나갔다. 최근 중국 기업들은 제3의 업종을 통해 기술 탈취를 시도하는 등 더욱 치밀한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게 국정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부의 대응은 안일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핵심기술 유출의 근본적인 원인인 인력 보호에 뒷전이다.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는 바이오·첨단로봇·인공지능 등 분야에 한해 특허심사관으로 재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혜택을 보는 대상은 고작 60명에 불과하다. 핵심기술 분야가 73개에 이르고 인력은 8만 5000여 명인 것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반면 처벌과 관련해선 벌금을 15억원에서 60억원까지 대폭 상향하고 범죄 요건을 목적범(특정 목적과 범죄가 된다는 의식을 가진 경우)에서 고의범(범죄가 된다는 의식만 가진 경우)으로 바꿔 검거하는 데 용이하게 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만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아시아투데이와 경실련은 정부에 '기술유출방지기금(가칭)'을 설치하고 인력 보호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제언을 내놓는다. 고급 브레인 퇴직 인력을 국내 중소기업에 재취업할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인력 보호와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이와 관련해 경실련은 "핵심기술 유출은 중대한 사안인데 매년 반복되고 있다. 별도의 기금을 만들어 국가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이에 대해 시민사회-업계와 심도 있게 논의해 실무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