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 오토바이에 블랙박스 설치 의무화, 기초질서 준수 수시 교육 등 사회적 투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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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배달의민족 등 배달서비스 플랫폼이 활성화하면서 우리는 라이더의 배달음식으로 허기를 달랜다. 신속과 정확을 생명으로 하는 라이더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곳곳을 누비면서 주문음식을 제때 가져다주려고 무진 애쓰고 있다. 무한경쟁에 가깝다. 이들의 남다른 고생에 힘입어 배달음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때에 맞춰 음식을 먹게 된다. 배달 서비스와 라이더는 이제 우리 사회에 새롭게 자리 잡은 산업군으로 당당히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촌각을 다투는 라이더들의 일탈이 인내의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일탈은 당연히 무질서다. 기초질서 왜곡이다. 신속 배달 명분하에 인도를 가리지 않고 질주하는 라이더의 오토바이에 시민들은 사고 위험에 치를 떤다. 불법 유턴을 일삼고 신호를 무시하기 일쑤다. 인도로 다니지 말라 하거나 법규를 지켜야 한다는 눈치를 주면 '동네 주민들이 시킨 음식 신속하게 가져다주는데 뭐가 문제냐'는 투로 반응한다. 해당 구청이나 경찰서는 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 인도 단속은 구청이, 도로는 경찰이 맡는 걸로 돼 있다. 쏜살같이 질주하는 라이더들을 제때 단속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 어디에다 신고를 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사이 라이더는 자취를 감춘다.
우리는 이런 무질서 행위를 언제까지 보고 있어야 하나. 라이더가 생업 때문에 사회 기초 질서를 지킬 여유가 없다고 치자. 조금만 늦어도 항의를 하고 별점테러를 일삼는 분위기에서 최대한 빨리 배달을 마치려고 하는 라이더를 뭐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은 맞다. 배달 시스템상 그들을 탓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초질서는 국민이라면 그 누구나 예외 없이 준수해야 한다는 데 모두가 공감은 한다. 식기 전에 음식물을 가져다줘야 하는 라이더라고 여기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라이더는 물론이고 배달 생태계를 조성한 수많은 배달 서비스 플랫폼 업체들은 지금의 배달 시스템이 우리 사회의 기초질서를 근본부터 훼손하고 있는지 진심으로 되돌아보길 권한다. 배달음식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가 있기에 배달 서비스 업체들이 탄생했고 번성하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소비자와 라이더, 그리고 배달 서비스 플랫폼은 상호 상생관계에 있다. 산업의 한 축으로 그 규모가 성장한 배달 서비스는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있는지 늘 돌아다봐야 한다. 그래야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
라이더가 촉박한 배달 시간 때문에 무질서를 억지로 택하고 있다면 근본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배달 서비스 플랫폼이 먼저 발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당국이 강제로 무질서를 바로잡으려 하기 전 거대 공룡으로 성장한 업계가 자발적으로 대안을 마련하고 실천에 옮기는 게 맞다. 라이더 오토바이에 블랙박스를 의무적으로 설치해 매일 또는 일정 간격을 두고 배달 서비스 플랫폼 업체나 라이더 관련 단체가 내용을 들여다봐 무질서 행위가 있으면 라이더에게 제재를 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배달 시간 완화 등 대책은 물론 라이더에 대한 질서 준수 교육을 수시로 진행해 라이더가 사회 기초질서를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다짐을 받아야 한다. 라이더 이용 배달 도구인 내연기관 오토바이 굉음이 주는 소음은 자극적이다. 머플러 튜닝을 금하고 오토바이를 전기 오토바이로 전환하는 데 정부와 공동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지원금을 지급하고 업체는 전환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우리 사회를 소음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플랫폼 업체 경영진들은 길거리에 나가 촉박한 배달 시간이 만들어낸 무질서가 우리 사회에 어떤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판단해 보라. 그리고 책임감을 절감해야 한다. 라이더나 플랫폼 직원도 가족이 있을 것이다. 그 가족이 무질서한 오토바이의 질주로 안전에 위협을 받고 얼굴을 찡그리게 된다면 결코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라이더가 자부심을 갖고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에 걸맞은 역할을 하도록 플랫폼 업체가 먼저 나서서 정부와 손잡고 배달 생태계를 바로잡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