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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종이로 쓰는 명상의 시, 김민정의 30년 예술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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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08. 31. 10:43

갤러리현대서 개인전..."내게 작업은 수행이라기보다 즐거운 행위"
[갤러리현대] Minjung Kim 《One after the Other》 전시 전경 이미지, 갤러리현대, 서울, 2025_1층 (1)
김민정 개인전 'One after the Other' 전경. /갤러리현대
숨을 가다듬고 호흡을 고르며 촛불과 향에 한지를 태운다. 그을린 자국은 깊은 선이 되어 '불의 예술'을 만든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진행 중인 김민정의 개인전 'One after the Other'는 극도의 섬세함과 우연성이 만나는 지점에서 탄생한 30여년 예술 세계의 정수를 보여준다.

갤러리현대 1층에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Zip' 시리즈의 경이로운 아름다움이다. 은은한 파스텔 톤으로 염색한 한지가 불에 그을린 검은 가장자리와 만나 만들어내는 색채의 대비는 한 편의 서정시를 연상시킨다. 각각의 한지 조각이 지닌 미묘한 색조 변화와 불꽃이 그려낸 자연스러운 곡선이 어우러져, 마치 시간이 직조해낸 섬세한 태피스트리를 보는 듯하다.

1. [갤러리현대] 김민정, Zip, 2024, 한지에 혼합매체, 131 × 182 cm
김민정의 'Zip'. /갤러리현대
작가는 한지를 길게 자르고 가장자리를 태운 뒤, 그 조각들을 층층이 겹쳐 지그재그 패턴으로 엮어낸다. 이 반복적인 과정에서 태어나는 리듬감 있는 연속성은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치유의 언어로 다가온다.

김민정은 "'Zip'은 서로 다른 두 요소가 맞닿아 하나로 이어지는 순간"이라며 "불에 그을린 종이를 한 장씩 이어 붙이다 보면 상처를 감싸는 치유의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갤러리현대] Minjung Kim 《One after the Other》 전시 전경 이미지, 갤러리현대, 서울, 2025_B1층 (4)
김민정 개인전 'One after the Other' 전경. /갤러리현대
지하 전시공간의 'Traces'는 올해 아트바젤에서 주목받은 8미터 대작이다. 처음엔 바다의 파도 소리를 표현하려 했지만, 작업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향 광주의 산이 떠올랐다고 한다.

홍익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김민정은 1991년 이탈리아로 떠났다. 동료들이 뉴욕과 파리를 선택할 때 그는 밀라노를 택했다. 서양 미술의 본고장에서 그는 오히려 한지로 되돌아갔다. 한지가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자신의 문화적 뿌리였기 때문이다.

김민정은 "한지 작업은 나에게 수행이라기보다 즐거운 행위"라며 "한지 끝을 태울 때 숨을 들이마시느냐 내뱉느냐에 따라서 모양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1. [갤러리현대] 김민정_포트레이트 이미지. Courtesy of the artist and Gallery Hyundai. 갤러리현대 제공
김민정 작가. /갤러리현대
30여 년간 한지와 불, 먹이라는 소박한 재료로 동서양을 아우르는 보편적 언어를 만들어온 김민정. 그의 손끝에서 탄생한 명상적 추상화는 단순히 '보는' 예술을 넘어 '경험하는' 예술로 관람객들을 초대한다. 매그재단, 테이트모던 등 세계 유수 기관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전시는 10월 19일까지.

[갤러리현대] Minjung Kim 《One after the Other》 전시 전경 이미지, 갤러리현대, 서울, 2025_B1층 (1)
김민정 개인전 'One after the Other' 전경. /갤러리현대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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