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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실버 경제’ 본격 육성…3억 은퇴자 소비 잠재력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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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승인 : 2025. 08. 27. 16:58

급격한 고령화…60세 이상 인구 2035년까지 4억 명
기업들도 노년층 시장 적극 공략…AI 안경 등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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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28일 중국 상하이의 한 거리에서 노인들이 공유자전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베이징에 사는 78살 은퇴자 왕수윈 씨는 최근 몇 달 사이 혈당을 낮추고 체중을 줄이겠다며 8000위안(약 156만 원)을 들여 영양 수업을 신청했다. 아디다스 운동화 구매에도 1200위안(약 39만 원)을 썼고, 뉴질랜드산 수입 우유를 즐겨 사 마신다.

평균보다 훨씬 높은 월 1만 위안(195만 원)의 연금을 받는 전직 공무원으로 자녀도 없는 그는 "스스로 좋은 삶을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말한다.

왕 씨와 같은 약 3억 명의 은퇴자는 중국이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실버 경제'의 핵심 소비층이다.

중국 정부는 2021년 정책 지침에서 "노년층의 새로운 시대를 맞아 실버 경제의 적극적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들어서는 식품·건강·요양 서비스 개선, 노인 친화 금융상품 개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 등을 기업에 요구하는 성명을 20차례 이상 내며 실버 경제 육성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7일 보도했다.

그 배경에는 급격한 고령화가 있다.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는 2035년까지 4억 명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미국과 이탈리아 인구를 합친 것과 맞먹는 규모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5년까지 60세 이상 가구의 소비지출은 129% 늘어 전체 평균(79%)을 크게 웃돌 전망이다.

유로모니터의 야나 루데 연구원은 "고령 소비자는 숫자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소비 속도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40년까지 60세 이상 소비지출은 2025년 대비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소비지출 증가율이 136%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가파른 증가세다. 이에 따라 60살 이상 소비 비중은 현재 24%에서 34%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기업들도 노년층 시장을 적극 겨냥하고 있다. 100년 역사의 보석업체 라오펑샹은 지난 6월 '실버 테크놀로지' 진출을 선언하며 인공지능(AI) 안경을 내놨다. 이 안경은 약품 라벨이나 메뉴판 같은 작은 글씨를 읽어주고, 길 안내 기능과 대화 기능까지 제공한다.

샤오미는 스마트폰과 TV에 노인 친화 기능을 추가하고, 자녀가 부모 집의 조명과 에어컨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보험·헬스케어 대기업 핑안그룹은 75개 도시에서 AI 기반 건강·환경 모니터링을 포함한 가정 돌봄 서비스를 확대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노년층 소비가 중국 경기 회복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은퇴 공무원처럼 두터운 연금을 받는 경우도 있으나, 도시 평균 연금은 월 3000위안(약 58만 6000원)에 그치고 농촌은 200위안(약 3만 9000원) 수준에 불과하다.

투자은행 나틱시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노인층의 소비가 디플레이션 압력을 상쇄하거나 경제성장을 견인할 만큼 아주 강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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