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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미정상회담은 표면적으로는 부드럽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매우 복잡한 전략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미국은 현재 함정의 수적 열세와 중거리 탄도미사일(3000km급 이상)에서 중국과의 격차를 좁히는 데에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를 경제적·기술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국가가 바로 한국이다. 따라서 미국은 한국과의 동맹을 단순히 '안보 보장'의 차원에서 넘어, 자국의 전략적 결함을 보완할 수 있는 실질적 협력관계로 발전시키려 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캠프 험프리스 기지를 미국에게 양도하라는 요구를 했다. 노회한 협상의 전문가 트럼프가 일본의 미군기지와 혼돈하여 일본 정부가 대신 납부하고 있는 토지사용료보다 우리 정부가 한반도 안보를 위해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는 사실을 모르거나 착각하여 제안한 것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이는 주한미군 역할 변경 시 야기될 방해요소 때문이다.
헌법 조항에 따르면 영토를 미국에 양도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무상임대 형식보다 한발 더 나가서 우리의 입장을 아주 어렵게 만드는 제안을 했다. 일부 국민들은 한국의 안보를 확실히 하는 차원에서 제안을 긍정적으로 수용하자는 의견도 일부 있다. 하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한미관계의 진정한 문제는 단순히 양국이 친밀하게 보이는가가 아니라, 경제와 안보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윈-윈 할 수 있는가에 있다. 한국이 불가피하게 양보해야 하는 사안이 있다면, 이를 단순한 비용 분담으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예컨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같은 전략적 카드와 연계하여 국가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2030년이 되면 핵폐기물 저장시설이 한계에 도달하여 추가로 건설해야 하는데 폐기물 재처리를 허용할 경우 서로에게 건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 주한미군 기지와 임무 재조정의 쟁점
주한미군 기지는 현재 대북 억제를 주 임무로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평택 기지를 사실상 자국화하여 중국 유사사태 시 자유롭게 활용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한국 입장에서 중대한 문제를 내포한다. 평택이 임대기지라면 중국 관련 사태에서 미군은 한국정부의 승인 없이는 출격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은 이를 넘어 독자적 전력투사를 구상하고 있다.
더욱이 중국이 유사시 평택을 공격한다면 한국은 자동적으로 영토방위를 위해 개입할 수밖에 없다. 즉, 미국의 구상은 한국이 감당해야 할 안보 부담과 직결되며, 국민 여론상 이를 일방적으로 용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국은 기지 문제에서 미국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 대안은 주한미군을 단순히 타(他)지역으로 전환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현 위치에서 대북 억제 외에 주변지역에 대한 전력 투사 임무를 추가하는 것이다. 이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의 해석을 확장하는 방법으로 충분히 가능하며, 한국의 지정학적·지경학적 가치를 살리는 전략적 해법이다. 한미연합방위 체제하에서는 전시작전통제권은 양국 통수부의 협의와 동의하에 행사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와 주한미군의 미래
한반도의 위치는 동북아 안보 구도의 핵심적 교차점이다. 제주 구 일본제국 공군기지(모슬포)에서 상하이까지 불과 500km, 사세보 800km, 오키나와 650km, 괌 2700km, 루손 북부에서 대만까지 520km라는 거리적 요소는 한반도가 중국 견제와 주변지역 방호에서 상당히 결정적인 전략거점인가를 보여준다.
특히 중국 해군이 청도·대련에서 출항하여 대만해협에 도달하려면 서해와 동중국해를 통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주한미군과 한국군의 공군력, 제주군항, 군산기지 등이 작동한다면 중국 해군은 치명적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이는 오키나와나 사세보보다 훨씬 유효한 전력투사 지점이다. 중국이 서해를 내해화하고자 시도해도 오히려 서해안 기지가 비수로 작용한다. 6·25 한국전쟁 직후 미군이 서해안에 기지를 잡은 이유는 바로 이런 전략이 있었다. 전구작전통제본부 상황판에는 중국의 항공기와 함정의 이동이 전부 포착된다.
따라서 한국은 주한미군 일부를 괌이나 필리핀으로 전환시키는 방안에 반대하고, 대신 서해·동중국해에 대한 주한미군의 전력투사 능력을 제고하는 방안을 제안해야 한다. 필리핀 기지는 바시 해협 통제에는 유용하지만 미(美) 육군 배치에는 효과적이지 않다. 결국 주한미군의 임무 변경은 단순한 대체가 아닌, 한반도 전략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 진정한 동맹 현대화의 길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 논의는 단순히 병력 배치나 비용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의 전략적 지위와 동북아 안보 구도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의제다. 미국의 일방적 요구를 수용하기보다는 한국의 지정학적·지경학적 이점을 전면에 내세워 협상을 주도해야 한다. 특히 모슬포 기지와 같은 신규 억제 거점의 활용, 서해·동중국해 전력투사력 강화, 원자력협정 개정과 같은 카드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우리는 한미동맹을 진정한 전략적 동반자로서 재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동맹이란 이익과 가치를 공유하고 서로 윈-윈 할 수 있을 때 오래 지속 된다. 지금의 트럼프처럼 일방적 요구만 할 때 일어날 한국에서의 반미감정을 고려해야 한다. 과거에 일방적 시혜를 빚으로 생각하고 트럼프 식으로 홀라당 베껴먹으려 들면 미국이 어려울 때 한국을 도와주어 고맙다는 생각보다 미국이 우리를 완전히 현금지급기 취급한다는 반미감정을 유발하지 않도록 적절하게 한국의 입장도 고려해야 진정한 동맹의 현대화가 달성될 것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