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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치는 이재명 정부의 '코스피 5000시대' 공약과도 일맥상통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일성으로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자본시장의 역할을 강조하면서다. 정부 기조에 맞춰 금융당국은 주가 조작은 물론 기업의 손실을 허위로 가장하는 분식회계 또한 중대 범죄로 분류했다.
과거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발생했을 때 과징금 산출액이 가장 큰 연도 건에 대해서만 과징금이 부과돼왔다. 예를 들어 3년간 분식회계를 저질렀어도 과징금을 모든 회계연도에 부과하는 게 아닌, 규모가 가장 큰 연도에 대해서만 부과돼 사실상 가중처벌은 어려웠다. 하지만 앞으로는 분식회계가 1년 이상 이어지면 1년마다 가중 처벌돼, 과징금이 30%씩 증액된다.
금융당국이 주가조작이나 분식회계에 대해서 제재를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같은 사례가 반복됐던 가장 큰 문제는 솜방망이 처벌로 그쳤기 때문이다. 특히 피해액보다 훨씬 적은 수준의 과징금이 부과되거나, 부정행위를 주도한 최고 경영자(CEO)에 대해선 직접적인 제재는 어려웠다. 투자자들의 자금을 이용하기 위해 무리한 IPO(기업공개)로 주식시장에 입성한 부실 기업은 물론, 손실을 회계에 반영하지 않거나 허위로 매출을 부풀려 주가를 높이려는 기업들이 매년 늘어났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증권선물위원회의 분식회계 제재 강화 조치가 자본시장의 신뢰를 해치는 부정거래 행위의 뿌리를 뽑을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한다. 정부가 지난달부터 휘두른 채찍은 자본시장의 투명성을 높일 수는 있겠으나 증시 활성화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올 초부터 주요 30개국 증시에서 한국은 상승률 1위를 기록했으나, 최근들어 다시 소강상태에 빠졌다. 한국의 일관성없는 자본시장 정책에 실망한 외국인들의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어서다. 양도세 대주주 기준 완화나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증시에 자금을 유입시킬 만한 당근책은 여전히 부재한다.
한쪽에서 채찍만 휘두른다고 증시가 활성화되긴 어렵다. 기업들의 기초 체력 강화도 뒷받침돼야 하지만 부정거래 행위에 대해선 제재를 강화하는 전략과 함께 투자자들이 시장에 돌아오기 위한 주주친화정책도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