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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전환, 한국군 감시정찰(ISR)이 관건”… 美 첨단 무기 도입 시계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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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필현 국방전문기자

승인 : 2025. 08. 28. 15:20

- 위성·조기경보 체계, ‘미국과 데이터 연계 필수’
- 전자전·지상 감시… ‘보이지 않는 전쟁’
- 美 6대 방산기업, ISR ‘독점 공급’
- “ISR 패키지 없이는 전작권 전환 불가능”
0828 한화시스템 ISR
육·해·공·우주를 아우르는 첨단 레이다 및 전자광학 기술을 적용한 감시정찰 (ISR, Intelligent Surveillance and Reconnaissance) 시스템, 0828, 그래픽=한화시스템 홈페이지 캡쳐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앞둔 한국군의 최대 과제는 전장에서 눈과 귀 역할을 담당하는 무기체계인 독자적 감시·정찰(ISR) 역량 확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독자적으로 한반도 전역을 24시간 감시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지 못한다면 전작권 전환은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 있다.

미국이 보유한 첨단 ISR 체계 가운데 한국이 실제로 도입 가능한 자산이 무엇인지가 한·미 간 최대 안보 의제로 부상한 이유다.

◇ 글로벌호크·트리톤, 한반도 전역 '눈'

가장 현실적으로 거론되는 것은 고고도 무인정찰기(HALE UAV)다.

한국은 이미 노스럽 그러먼이 제작한 'RQ-4 글로벌호크'를 4대 도입했지만, 전문가들은 "북한 전역을 365일, 24시간 감시하려면 최소 8대 이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미 해군이 운용 중인 'MQ-4C 트리톤' 역시 후보군이다.

글로벌호크의 해양형으로, 동해와 서해 전역의 잠수함 활동을 추적할 수 있어 한반도 방위에 최적화돼 있다는 평가다.

중고도 무인정찰기(MALE UAV) 'MQ-9 리퍼' 역시 전술 ISR 보완 자산으로 꼽힌다.

제조사 제너럴 아토믹스(GA-ASI)가 공급하는 이 기종은 장시간 체공하며 EO/IR 카메라와 합성개구레이더(SAR)를 탑재해 전장에서의 '눈' 역할을 한다.

한국군이 운용 중인 무인기보다 훨씬 긴 작전 반경과 체공 능력을 보유해 전작권 전환 이후 연합작전에서 전술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위성·조기경보 체계, '미국과 데이터 연계 필수'

ISR 역량에서 가장 큰 공백은 '우주'다.

한국은 '425 사업'을 통해 자체 정찰위성 5기를 확보 중이지만, 한반도 상공을 커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미국의 조기경보 위성과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미국은 이미 록히드 마틴과 노스럽 그루먼이 제작한 'SBIRS(우주기반 적외선 시스템)'와 차세대 'HBTSS(극초음속·탄도추적 위성)'을 통해 전 세계 미사일 발사를 수 분 내 탐지한다.

한국이 독자 위성을 개발하는 것과 별개로, 미국 위성 데이터를 공유받는 협정 체결이 전작권 전환의 핵심 조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0828 P-8A
P-8A 포세이돈 제원, 해군이 지난2024년 6월 19일과 30일에 각각 3대씩 인수한 미국 보잉사 제작 P-8A 포세이돈이 작년 7월 4일 국내 언론에 처음 공개됐다. 20240704, 그래픽=연합
△ 항공기 기반 ISR… P-8A·E-7 '차세대 카드'

항공기 기반 ISR 플랫폼도 주목된다.

한국 해군은 이미 노후한 P-3C 초계기를 운용 중이지만, 미 해군의 차세대 해상초계기인 'P-8A 포세이돈'(제작: 보잉)을 도입할 경우 대잠수함·대수상함 작전 능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된다.

포세이돈은 한반도 연안에서 활동하는 북한 잠수함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다.

공중 조기경보기 분야에서는 'E-7 웨지테일'이 거론된다.

한국은 이미 E-737 '피스아이'를 보유 중이지만, 최신형 E-7은 미군도 채택 중인 차세대 조기경보기다.

기체는 보잉, 레이더는 노스럽 그러먼이 제작해 성능과 신뢰성이 입증됐다.

전문가들은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피스아이 업그레이드와 더불어 E-7 추가 도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0828 한화시스템 우주항공002
지상 전장에서 전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운용되는 각종 기동·화력·방공 무기체계의 두뇌 역할을 담당하는 통합전장시스템, 0828 그래픽=한화시스템 홈페이지 캡쳐
◇ 전자전·지상 감시… '보이지 않는 전쟁'

북한의 레이더와 통신망을 무력화할 전자전·정보자산도 빠질 수 없다.

보잉과 L3해리스가 함께 제작한 'RC-135 리벳조인트'는 북한의 전파를 수집·분석하는 대표적 SIGINT(신호정보) 플랫폼이다.

한국이 직접 도입하기보다는 미군 협조 체계를 확대하는 방향이 유력하다.

지상 감시 분야에서는 한·미가 공동으로 활용 중인 사드(THAAD)의 AN/TPY-2 X밴드 레이더가 대표적이다.

제작사 레이시온 테크놀로지스(RTX)는 이미 미·일·이스라엘 등 동맹국에 동일 레이더를 공급 중이다.

한국이 추가 배치를 검토한다면 북핵 조기경보망의 빈틈을 상당 부분 메울 수 있다.

◇ 미 6대 방산기업, ISR '독점 공급'

정리하면, 미국 ISR 체계의 공급은 사실상 6개 기업이 독점한다.

△ 노스럽그루먼(Northrop Grumman): 글로벌호크·트리톤·JSTARS·위성센서·전자전 시스템, △ 보잉(Boeing Defense): P-8A·E-7·RC-135·JSTARS 기체, △ 제너럴 아토믹스(GA-ASI): MQ-9 리퍼, △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 정찰위성(SBIRS), △ L3해리스(L3Harris): RC-135 전자장비·위성 탑재체, △ 레이시온(RTX): AN/TPY-2 레이더

이들 업체는 미국 ISR 전력의 사실상 전부를 책임지고 있으며, 한국의 도입 협상 역시 이들과의 직간접 협력을 통해 진행될 수밖에 없다.

◇ "ISR 패키지 없이는 전작권 전환 불가능"

군사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전작권 전환은 단순히 한국군의 지휘권 문제가 아니라, 독자적 정보능력을 확보해야 가능하다.

위성·무인기·조기경보 자산이 결합된 'ISR 패키지'가 구축되지 않으면 한국군은 미군의 눈과 귀에 계속 의존할 수밖에 없다."

0828 한화시스템 우주항공001
우주에서 임무지역에 대한 전천 후 영상정보를 획득하기 위한 軍 정찰위성의 핵심센서인 영상레이다, 0828 그래픽=한화시스템 홈페이지 캡쳐
결국 한국이 확보해야 할 그림은 ▲글로벌호크·트리톤 같은 고고도 ISR 자산 ▲MQ-9 리퍼 같은 전술 보완자산 ▲정찰위성과 미국 조기경보 위성과의 데이터 연계 ▲P-8A와 E-7 같은 차세대 항공 플랫폼이다.

여기에 전자전·레이더 체계 협력이 더해져야 비로소 '한국형 ISR 패키지'가 완성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한국에 첨단 무기 도입을 제안한 배경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핵무기·B-2·F-22 같은 전략자산은 수출이 불가능하지만, ISR 체계는 동맹국 전력 강화를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시급한 카드라는 것이다.

한국군의 미래 지휘권 확보, 그 성패는 결국 '눈과 귀'를 얼마나 독자적으로 가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구필현 국방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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