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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소통비서관이 ‘형·누나’에게 인사 연결하는 자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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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2. 04. 00:00

/연합
최근 한 언론에 보도된 여권 실세들 간의 '인사 청탁' 문자 메시지는 이재명 정부가 실제 어떻게 '작동'되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내년도 예산안 표결이 진행 중이던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수석원내부대표가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 소통비서관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잡혔다. 문 부대표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에 홍성범씨를 추천하면서 "남국아 (홍성범은) 우리 중(앙)대 후배고 대통령 도지사 출마 때 대변인도 했고 자동차 산업협회 본부장도 해서 회장 하는데 자격은 되는 것 같은데 아우가 추천 좀 해줘"라고 했다. 이어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 줘 봐"라고 했다. 이에 김 비서관은 "넵 형님, 훈식이형이랑 현지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했다. 문 의원과 김 비서관은 중앙대 선후배 사이다. 훈식이형은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 현지누나는 김현지 제1부속실장을 가리킨다.

디지털 소통비서관은 대통령실의 디지털 정책과 온라인 소통 전략을 총괄하는 자리다.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비서실장 직할로 운영되고 있다. 김 비서관은 공식 직함과 별개로 이 대통령이 졸업한 중앙대 출신들의 '자리 찾아주기와 민원'에 깊이 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역대 정부 청와대의 비선 조직을 통한 인사 전횡을 비판해 왔지만, 현 대통령실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상대방 호칭이 모두 '형·누나·아우'로 얽힌 데서 여권 핵심부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겉으로는 공적 기관으로서 합리성과 엄정한 규율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학연 등 사적인 연고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다.

무엇보다 김 제1 부속실장의 '존재감'을 보여준다. '만사현통'이란 별명까지 붙은 김 실장은 야당이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요구하자 갑작스럽게 총무비서관에서 국감 출석 대상이 아닌 부속실장으로 승진해 주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김 비서관의 메시지를 보면, 김 실장이 민간협회의 회장 자리에도 관여한다는 정황이 읽힌다. 자동차산업협회장은 현대차·기아·한국GM 등 국내 주요 완성차 기업들을 회원사로 하는 이익단체로 회장의 연봉은 3억원 정도다. 대통령실은 '부정확한 정보를 부적절하게 전달했다'는 이유로 김 비서관을 엄중 경고했다고 하지만, '부정확한 정보'라고 여길 국민이 몇 명이나 있을까.

김 비서관은 21대 국회의원 시절 상임위원회와 소위 도중 최소 200회 이상 코인 거래를 한 것으로 파악되는 등 끊임없이 논란이 됐던 인사다. 이런 사람에게 소통비서관이라는 중책을 맡길 때부터 부정론이 나왔었다. 대통령실이 진정으로 공직 기강을 세우려고 한다면 김 비서관을 해임하는 게 옳다. 문 부대표도 침묵으로 일관할 게 아니라 경위를 소상히 밝히고 사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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