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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아트 이끄는 미술관]일상 속 예술공간, 아라리오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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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09. 04. 14:31

김창일 회장, '영혼을 머금은 미술관' 통해 예술과 삶 경계 허물어
워홀·백남준부터 아시아 신진작가까지...5000여 점 컬렉션 구축
서울·천안·상하이 갤러리도 운영...아시아 미술 교두보로 자리 잡아
03.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 ARARIO MUSEUM in SPACE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 외부 전경. /아라리오뮤지엄
천안의 한 터미널에서 시작된 사업가의 꿈이 어떻게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발전했을까. 아라리오뮤지엄의 출발점은 ㈜아라리오 창업자 김창일 회장의 예술에 대한 남다른 믿음에서 찾을 수 있다. 1978년 천안 아라리오 종합버스터미널을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한 그는 초기부터 예술의 힘을 인식하고, 지난 50여 년간 현대미술 컬렉션을 꾸준히 축적해온 동시에 작가로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김 회장의 안목은 일찍부터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2003년 영국 '인디펜던트'는 그를 찰스 사치와 함께 언급했고, 2005년과 2006년 독일 '모노폴'에서 아시아인으로 유일하게 세계 100대 컬렉터에 선정됐다. 미국 '아트뉴스'에서도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세계 파워 컬렉터 200인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약 5000여 점에 이르는 그의 컬렉션은 단순한 수집을 넘어 동서양 현대미술의 흐름을 아우르는 문화적 자산이 됐다.

01. 아라리오뮤지엄 설립자 김창일 회장 ⓒ 북경아트미아재단
아라리오뮤지엄 설립자 김창일 회장. ⓒ 북경아트미아재단 /아라리오뮤지엄
◇ 건축물에 새 생명 불어넣는 '보존과 창조'

2014년 서울과 제주에 잇따라 개관한 아라리오뮤지엄은 기존 미술관의 개념을 뒤흔들었다. 새로운 건물을 짓는 대신 건축 사무실, 영화관, 모텔 등 일상적인 공간을 리노베이션해 미술관으로 탄생시킨 것이다. 김 회장이 '영혼을 머금은 미술관'이라 명명한 이 공간들은 '보존과 창조'라는 철학 아래 과거의 흔적을 존중하면서도 현대미술의 가치를 더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서울의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는 건축가 고(故) 김수근이 1971년 완공한 건물(등록문화재 제586호)을 활용했다. 이곳은 각 공간의 원래 용도를 살려 작품을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과거 주차장이었던 공간에는 권오상의 자동차 조각 작품을, 화장실에는 더글라스 고든의 영상 작품을 세면대 거울 자리에 설치해 공간과 작품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했다.

08.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 ARARIO MUSEUM Tapdong Cinema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 외부 전경. /아라리오뮤지엄
제주의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는 1999년 개관해 2005년 폐관한 제주 최초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재탄생시킨 공간이다. 영화관 특성상 높은 천장을 살려 수보드 굽타, 장후안 등의 대형 작품들을 설치했으며, 곳곳에서 옛 영화관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동문모텔Ⅰ과 Ⅱ는 제주항 인근의 버려진 모텔 건물을 리노베이션한 공간이다.

◇ 세계적 컬렉션과 아시아 미술의 교두보

아라리오컬렉션의 진가는 그 규모와 다양성에 있다. 1970년대 근현대미술 작품 수집으로 시작해, 1981년 LA현대미술관 전시 관람을 계기로 체계적인 현대미술 컬렉션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1998년 이후에는 영국의 YBAs(Young British Artists)와 독일 라이프치히 화파로 영역을 확장했고, 2000년대 초반부터는 아시아 신진 작가들 작품까지 적극 수집했다.

12. (L) 앤디 워홀 Andy Warhol, 마릴린 먼로(마릴린) Marilyn Monroe (Marilyn) (1967) (R) 듀에인 핸슨 Duane Hanson, 벼룩 시장 상인 Flea Market Vendor (1990)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 내부 전경. 앤디 워홀의 '메릴린 먼로(메릴린)'와 듀에인 핸슨의 '벼룩 시장 상인'이 전시돼 있다. /아라리오뮤지엄
컬렉션에는 앤디 워홀, 키스 해링, 백남준, 지그마르 폴케 등 시공간을 아우르는 세계적 거장들의 작품이 포함돼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김 회장이 컨템포러리 미술뿐만 아니라 청전 이상범, 운보 김기창 등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에도 꾸준한 애정을 보여온 것이다. 내년 가을에는 제주 탑동시네마에서 김기창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아라리오의 예술 사업은 뮤지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1989년 개관한 아라리오갤러리는 현재 서울, 천안, 중국 상하이 총 3개의 갤러리를 운영하며 아시아 미술의 정체성 확보라는 큰 목표 아래 아시아 작가 발굴과 육성, 국제적 프로모션에 주력하고 있다. 서울 갤러리는 2006년 종로구 소격동에서 첫 문을 연 이래 탄탄한 전속작가 시스템과 과감한 전시기획력으로 동시대 미술현장을 이끌어가고 있다. 2023년 2월 종로구 원서동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재개관한 후 선제적 발굴과 꾸준한 지원을 통해 작가들의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상하이 갤러리는 2025년 징안지구의 새로운 공간에서 재개관하며, 중국 내 가장 오랜 한국 갤러리로서 아시아 작가들의 교두보 역할을 지속하고 있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전경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전경. /아라리오갤러리
현재 아라리오뮤지엄 서울에서는 '폐허'를 주제로 한 풍경화로 주목받는 안경수 개인전 '겹겹'이, 제주에서는 권오상 개인전 '조각(에 관한) 리포트'가 열리고 있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는 일상에서 마주한 낯선 풍경을 전통 채색 기법으로 표현하는 이진주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오는 20일부터는 중국 상하이 마오스페이스 아트센터에서 김창일 회장의 작가로서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개인전이 개최된다.

20. 안경수 Gyungsu An, 비치 beach, 2025,  acrylic on canvas, 260 x 400㎝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에서 전시 중인 안경수의 'beach'. /아라리오뮤지엄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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