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 시장 판도도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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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인의 가장 큰 무기는 '속도'다. 중국 내 도매시장과 공장을 직접 연결해 신상품을 빠르게 업데이트하고, 소비자 반응을 즉각 반영해 기획과 생산을 반복한다. 글로벌 생산·물류망을 직접 통제해 가격 경쟁력과 공급 속도를 동시에 확보한 구조는 셀러 기반 유통 구조를 가진 국내 플랫폼들이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운 부분이다.
가격 경쟁력도 눈에 띈다. 애플리케이션 분석업체 조사에 따르면 지난 6월 쉬인의 1인당 월평균 결제금액은 10만771원으로, 알리익스프레스(9만1008원), 테무(6만9792원)를 앞섰다. 토종 강자인 에이블리의 평균 결제금액이 3만~4만 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단가 경쟁에서 쉬인의 우위가 뚜렷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기의 척도를 확인할 수 있는 건 유튜브인데 최근 '쉬인깡' '쉬인하울' 등 관련 영상이 쏟아지고 있다. 조회수가 잘 나오니 제작이 이어지는 것 아니겠냐"며 "이건 곧 쉬인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이같은 흐름 속에서 업계 1위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MAU 535만명)에도 시선이 쏠린다. 에이블리는 셀러 입점 기반 구조로, 대다수 제품이 동대문 도매시장에서 사입해 판매되지만 일부는 중국에서 들여온 상품도 포함돼 쉬인과 품목 중복이 불가피하다. 이에 에이블리는 AI 기반 개인화 추천을 강화하고, 패션을 넘어 뷰티·라이프스타일까지 카테고리를 확장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쉬인의 공세는 직구 시장 판도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올 상반기 중국발 해외 직구액은 2조6864억원으로 전년 대비 17.6%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물가 속 '싼 옷을 많이 사는' 소비 심리가 확산되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C커머스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규제 환경을 고려했을 때도 쉬인에 한국은 우호적 시장이다. 미국은 지난 8월 말부터 800달러(약 111만원) 이하 소액 직구 면세를 폐지했고, 멕시코·칠레도 세금 강화를 예고했다. 반면 한국은 직구 면세 한도 150달러(약 21만원)를 유지하고 있어, 중국 C커머스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시장이다. 업계에서는 일정 매출 이상 해외 사업자에 대한 국내 규제 적용, 소비자 보호 장치 마련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하지만 현실적으로 단시간 내에 어떠한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 시장을 새로운 격전지로 삼은 쉬인의 추격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