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보증금과 달리 인상 제한 없어…공과금 상승도 원인"
비교적 관리비 부담 덜한 '코리빙' 눈 돌리는 수요도
전세의 월세화 가속…전환율 7년 만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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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의 월세는 지난해보다 낮아졌지만 관리비는 오히려 오르면서 학생들의 주거비 부담이 여전한 실정이다. 임대사업자 매물이 많은 대학가 특성상 월세 인상폭은 일정 수준으로 정해져 있는 만큼, 관리비를 더 올려 임대소득을 충당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기자가 8일 서울 동대문구에서 만난 경희대 2학년 B씨는 "원래는 타 지역에서 자취를 하다가 올해 들어서 학교 근처로 자취방을 옮겼는데, 계약 전부터 공인중개사로부터 임대인이 관리비를 꽤 올려받을 것이란 이야기를 전해들었다"며 "월세가 싸서 마음에 들었는데, 알고 보니 관리비만 최대 20만원 수준에 달하다 보니 월세까지 합친 금액은 다른 매물과 큰 차이가 없었다. 개강이 임박해 마땅한 집을 찾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계약을 했다"고 전했다.
일대 공인중개사무소를 몇 군데 들려 보니, 중개 의뢰인이 관리비 세부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매물이 여럿 있었다. 관리비와 관련해 궁금한 사항이 있다면 임대인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 보라는 이도 있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월셋값과 보증금은 최대 5%까지만 올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집주인들은 직접적인 월세 인상 대신 관리비를 높이곤 한다. 관리비 역시 주택임대소득 신고 대상이지만, 월세와 달리 인상 제한이 없어 사실상 편법 수단으로 전락한 셈이다.
실제 부동산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전용면적 33㎡ 이하)의 보증금 1000만원 기준 평균 관리비는 7만5000원으로, 작년 동기(7만3000원) 대비 3.3%(2000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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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보니 다른 거주자들과 함께 거주하는 형태의 '셰어하우스'로 눈을 돌리는 학생도 있었다. 서대문구 연세대 인근에서 만난 대학원생 C씨는 "사람에 따라 주방과 거실 등을 공유하는 것에 대해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겠지만, 기존 원룸과 비교해 월셋값에 큰 차이가 없고, 오히려 관리비는 다른 사람들과 나눠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다"며 "다른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추천할 만한 주거 상품"이라고 전했다.
대학가 월세 시장을 압박하는 또 다른 구조적 요인으로는 전세의 월세화 역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증금 미반환 등 전세사기 여파로 비(非)아파트 전세 기피 현상이 짙어지면서 공급 자체도 줄어든 데다, 정부의 6·27 대출 규제까지 겹쳐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사실상 막히면서 임차 수요가 월세로 몰렸다는 분석이다. 실제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 전월세 전환율은 4.25%로, 2018년 2월(5.25%)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4.10%) 이후 10개월 연속 오르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을 중심으로 짙어지고 있는 월세 선호 현상이 대학가 원룸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라며 "자금 여력이 부족한 대학생들의 주거비 부담은 지속해서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