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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유학, ‘황금 티켓’은 옛말”…귀국 中유학생들, 좁아진 취업문·차가운 시선에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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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승인 : 2025. 09. 14. 15:26

"싸고 더 잘 버틴다"…국내 학위자 선호
"스파이일 수 있다"…경계 분위기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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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로 생성한 관련 이미지
한때 미국 명문대 학위는 중국에서 '황금 티켓'처럼 통했다. 돌아오기만 하면 안정된 자리와 넉넉한 보수가 따라올 거라 믿었다. 하지만 이제 옛말이 됐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고, 국내에서는 유학생들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그 믿음은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고 CNN 방송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했던 중국인 학생 비자 취소 조치는 철회됐지만, 유학생들의 불안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귀국한 뒤에도 이들을 기다린 건 좁아진 취업문과 차가운 시선이다.

중국 남동부 출신 리엔(24·가명)은 미국에서 3년 동안 공부하며 월가 취업을 꿈꿨다. 하지만 지난해 7월, 그의 학생비자가 갑작스럽게 취소되면서 계획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리엔은 중국의 한 대학에서 경제통계를 전공했지만, 트럼프 대통령 1기 시절 도입된 규정에 따라 비자를 잃었다. 이 규정은 중국 군과 연계됐다고 의심받는 대학 출신 학생과 연구자들에게 미국 비자를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이었다.

결국 그는 여름 인턴십을 위해 잠시 귀국했다가 미국으로 돌아가지 못했고, 치열한 국내 취업 경쟁 속으로 내몰리게 됐다.

그는 은행과 금융사에 70여 차례 이력서를 냈지만 번번이 탈락한 끝에 지난 3월이 되어서야 상하이의 한 민간기업에 취직할 수 있었다.

해외 유학파에 대한 불신은 이제 공공부문을 넘어 민간기업으로까지 퍼지고 있다.

중국 교육부에 따르면 귀국 유학생은 2013년 35만 명에서 2021년 100만 명을 넘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대우는 달라졌다. 올해 4월, 가전업체 그리(Gree) 전자의 둥밍주 회장은 주주총회에서 "유학생은 스파이일 수 있으니 절대 채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거센 비판이 쏟아졌지만, 그 말은 유학생 출신들이 마주한 현실을 드러냈다.

2023년 이후 베이징과 광둥성을 비롯한 지방정부들은 유학생 출신의 공무원 채용을 금지했다. '철밥통'으로 불리는 국영기업과 공공기관 문이 닫히자, 많은 유학생이 꿈꾸던 안정된 길은 사라졌다.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의 알프레드 우 교수는 "중국 사회에서 '스파이 공포'가 일상처럼 자리잡았다"며 "해외에서 공부한 이들은 특히 외국 정보기관에 포섭될 수 있다는 낙인이 찍혀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비용과 노동 강도 적응력을 이유로 국내 학위자를 더 선호한다. 상하이의 한 커리어 컨설턴트는 "해외 석사 과정은 1년 만에 끝나는 경우가 많아 실무 역량이 떨어진다고 본다"며 "국내 석사는 시험 경쟁이 치열하고 최소 2년은 공부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 신뢰받는다"고 말했다.

여기에 '996 근무제'(오전 9시 출근·오후 9시 퇴근·주 6일 근무)로 대표되는 장시간 노동 문화도 변수다. 서구식 '워라밸'에 익숙한 유학생들은 이를 견디지 못한다는 편견이 퍼져 있다.

미국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두안(가명)은 400곳에 지원서를 냈지만 합격 통보는 세 곳뿐이었다. 그는 "유학생은 끈기가 없다는 고정관념이 구직 과정에서 큰 장벽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두안은 "6년 전만 해도 우리가 가진다고 믿었던 해외유학의 장점들이 지난 몇 년간 완전히 사라졌다"며 "이런 상황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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