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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
예고에 없던 이 발표로 미국의 주요 테크 기업에는 비상이 걸렸다. 인사팀은 해외 체류 중인 H-1B 비자 소지 직원들에게 이날까지 미국으로 돌아오라고 강력하게 권고했고 다른 직원들에게도 당분간 미국 내에 체류할 것을 지시했다. 파문이 확산하자 다음 날 백악관은 "해당 수수료는 오직 신규 비자 신청자에게만 적용되며 기존 비자 소지자나 갱신 신청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전날 하워드 러트릭 상무장관이 포고문 서명식에서 10만 달러의 수수료가 '연간' 수수료라고 밝힌 것과 차이가 있다. 기존 비자 소지자 등도 갱신할 때마다 10만 달러를 내야 한다는 의미다.
'신규' 비자 신청자에게 적용되는 '일회성' 수수료라고 하더라도 이번 조치의 신호는 명백하다. 전문직 비자를 미국 내 좋은 일자리를 빼앗아 가는 통로로 보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목소리에 미 정부가 순응한 것이다. '수수료 100배 폭탄'은 시작일 뿐이며 앞으로 H-1B 비자 프로그램에 대한 공격이 한층 심해질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백악관이 19일 배포한 자료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자료는 "H-1B 프로그램은 미래의 미국인 노동자들이 STEM 직업을 선택할 동기 부여를 저해하며, 이는 우리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돼 있다.
한국인 대규모 구금 사태 이후 진행 중인 비자 제도 개선에 미칠 악영향도 우려된다. 물론 우리 기업들은 이번에 단속 대상이 된 공장처럼 단기 프로젝트가 있을 경우 단기 상용 B-1 비자나 ESTA(전자여행허가)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한미 간 비자 협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단기 상용비자를 허용하더라도 미국인 인력 '교육' 목적으로 한정하고 그 내용도 까다롭게 규정하는 등으로 우리 기업의 인력 운용을 어렵게 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이런 분위기라면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H-1B 비자의 한국인 쿼터 확보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전문직이든 단순 업무든 미 정부의 외국인 인력에 대한 배격은 더 강해지고 있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비자 제도와 미국 내 인력 운용 전략을 시급히 수정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