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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는 22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 '소녀' 기자회견에 나와 "허우샤오시엔 감독님이 내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때에 '한번 연출을 해보지 않겠느냐. 네가 잘 아는 이야기, 너의 체험,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써 보는 게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연출을) 시작하게 됐다"며 "진행 과정에서 배우들의 특성에 따라 캐릭터는 일부 조정했지만, 내가 어린 시절 겪은 가정 폭력의 상처만큼은 그대로 담아냈다"고 밝혔다.
허우샤오시엔 감독은 '비정성시' 등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대만의 거장이다. 서기와는 '밀레니엄 맘보' '자객 섭은낭' '쓰리 타임즈'로 인연을 맺었다. '섹시 스타'의 이미지가 강했던 서기는 이 영화들을 통해 세계적인 연기파로 우뚝 섰다.
서기는 "주인공 '샤오리'의 엄마로 나오는 여인이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집 정리와 청소, 설거지, 그릇 닦기 등 모든 일을 처리하는 장면이 롱테이크로 이어진다"며 첫 장면을 설명하던 중 눈물을 흘린 뒤 "어깨가 처지는 배우의 뒷모습을 모니터로 보다가 지금처럼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이어 "여인이 짊어진 짐의 무게를 느꼈고, 엄마로서 져야 했던 책임감을 그때 이해하게 된 것 같다"면서 "어린 시절 날 그렇게 대할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를 이제는 이해하고 지금은 화해했다. 당시 어머니는 내게 사랑을 이야기할 짬이 없으셨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폭력적인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와 엄격한 어머니 아래에서 자란 소녀가 미국에서 온 전학생을 만나면서 변화해가는 모습을 그린 이 영화로 제82회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에 이어 올해 신설된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도 진출한 서기는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상처받은 모든 이들이 아름다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받았으면 한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