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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노골적 ‘남한 패싱’… 시험대 오른 국정원 ‘대북 정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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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준 기자

승인 : 2025. 09. 22. 17:42

김정은 "대한민국은 식민지 속국"
美엔 "못 마주할 이유 없어" 손짓
국정원 정보, 국가 전략 핵심 전망
"어느때보다 신중한 판단 필요 시점"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가 지난 20-21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연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한을 겨냥해 '적대적 두 국가론'을 강조한 반면 미국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좋은 추억을 갖고 있다"며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북한의 남한 '패싱' 행보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며 국가정보원(국정원)의 대북 정보 수집이 그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통일은 불필요하다"며 "우리는 정치, 국방을 외세에 맡긴 나라와 통일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은 모든 분야가 미국화된 반신불수의 기형체, 식민지 속국이며 철저히 이질화된 타국"이라고 주장했다. 협상의 여지는 없다며 대남 비판 공세를 또다시 이어간 것이다.

미국에 대한 입장은 달랐다. 김 위원장은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며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하여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소통이나 협상이 이뤄진다 해도 남한은 철저히 배제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2023년 12월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며 민족의 개념을 완전히 지우는 행보를 취해왔다. 이는 '한반도 전체와 그 부속도서'를 영토로 명시하는 대한민국 헌법 제3조와 정면으로 대치된다. 북한 소식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남북 관계에 민족 개념이 사라지면 무력 도발을 막을 명분이 희미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정원은 김 위원장의 이번 연설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남북 간 직접적인 접촉 채널이 사실상 차단되며 국정원의 대북 정보력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국정원의 정세 판단이 우리나라의 대북 정책 전반에 더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의미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정원은 이종석 원장 취임 직후인 지난 7월 대북 방송을 중단하는 등 북한을 향한 유화 기조를 보이고 있다. 이 원장은 후보 시절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을 주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이 협상 대상에서 남한을 사실상 배제한 만큼 국정원의 대북 유화책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보당국 출신 한 관계자는 "북한이 무력으로 한반도를 점령하겠다는 계획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며 "평화에만 의존할 경우 단기적인 성과는 이룰 수 있어도, 장기적 안보에는 위협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향후 국정원의 대북 정보 역량은 단순한 정보 수집을 넘어 국가 전략 수립의 핵심 축으로 작동할 전망이다. 국정원 출신 정창열 북한연구회 회장은 "어느 때보다 국정원의 신중한 대북 정보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국정원이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북한 파병 규모를 파악했던 사례처럼 정확하고 면밀한 정보 수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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