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스키아 | 0 | Basquiat, Great Jones Street (C) Lizzie Himme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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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빛이 번지는 한국 곳곳이 세계 현대미술의 거장들을 품에 안았다. 서울에서는 장 미셸 바스키아의 불꽃 같은 흔적, 앤서니 곰리의 사유하는 몸, 우고 론디노네의 빛과 색이, 용인에서는 루이스 부르주아의 기억과 상처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는 내년 1월 31일까지 '장 미셸 바스키아: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상징적 기호들' 특별전이 열린다.
1960년 태어나 28세에 요절한 바스키아는 불과 8년 남짓한 활동 동안 약 3000여 점의 작품을 남기며, '검은 피카소', '낙서그림 거장'으로 불리는 현대미술의 아이콘이 되었다.
 | 바스키아 Untitled (1986) | 0 | 바스키아의 1986년작 'Untitl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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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가로·세로 약 3.6m 크기의 대작 '육체와 영혼'(Flesh and Spirit)이 놓여 있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 이후 해부학에 매료된 그는 '대뇌', '대퇴골' 같은 의학 용어를 화폭에 새기며, 거친 붓질과 낙서 같은 표현 속에 삶과 죽음, 욕망과 상실의 기호들을 남겼다.
총괄 기획자 이지윤 숨 프로젝트 대표는 "바스키아가 탐구한 기호와 언어, 이미지, 리듬의 결합을 한국적 맥락에서 새롭게 읽어낸 전시"라고 설명한다. 특히 작가의 노트를 모은 '단어의 신전'에서는 바스키아의 창작 과정과 내면의 언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크기변환]안토니 곰리 포트레이트 이미지, 화이트 큐브 서울](https://img.asiatoday.co.kr/file/2025y/09m/25d/2025092301002046700122033.jpg) | [크기변환]안토니 곰리 포트레이트 이미지, 화이트 큐브 서울 | 0 | 자신의 작품 옆에 선 영국 조각 거장 앤서니 곰리. /화이트 큐브 서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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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세계적 조각가 앤서니 곰리(75)는 신사동과 한남동에서 동시에 개인전 '불가분적 관계'를 선보이고 있다. 화이트 큐브 서울은 10월 18일까지, 타데우스 로팍 서울은 11월 8일까지 전시가 이어진다.
특히 도산대로 보행로 중앙에 설치된 '몸틀기 Ⅳ'는 길을 걷는 이들로 하여금 몸을 비틀어 지나가게 만든다. 곰리는 "흐르는 개울 속 바위처럼 일상의 흐름 한가운데 놓인 조각을 만들고 싶었다"며 "길에서 마주친 작품은 당신에게 '너는 누구이고, 내 세계 속에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묻는다"고 말한다.
 | Antony Gormley, INEXTRICABLE, installation view | 0 | 앤서니 곰리 개인전 전경. /타데우스 로팍 서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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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에서 '핫'한 작가로 꼽히는 스위스 출신 작가 우고 론디노네(61)는 청담동 글래드스톤 갤러리에서 개인전 '빛나는 아름다움 속에서'를 열고 있다. 다음 달 18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신작 풍경화 연작 '산악 호수' 13점이 공개된다.
그는 단순한 네 개의 선과 다섯 가지 파스텔 톤으로 루체른 호수와 알프스를 그려냈다. 마치 아이가 크레파스로 남긴 그림 같은 순수한 화면 속에서 호수의 고요와 산의 웅장함이 은은히 전해진다. 분홍, 파랑, 노랑, 보라, 초록 등 작가가 아이를 얻은 시기에 선택한 색들은 아이의 세계와 맞닿아 있다.
 | 우고 론디고네 산악 호수 글래드스톤 갤러리 | 0 | 우고 론디고네의 '산악 호수'. /글래드스톤 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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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호암미술관에서는 내년 1월 4일까지 현대미술의 거장 루이스 부르주아(1911~2010)의 회고전 '덧없고 영원한'이 열린다. 국내에서 25년 만에 마련된 대규모 전시로, 1940년대 회화부터 말년의 패브릭 작업까지 총 106점의 작품이 공개된다.
페미니즘 아트 선구자이자 '기억과 무의식의 조각가'로 불리는 부르주아의 작품은 흔히 '심리적 자서전'이라 불린다. 아버지의 외도로 인한 상처, 어머니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전시장에 자리한 거대한 청동 조각 '엄마'(Maman)는 무시무시한 형상 속에서도 자신을 보호했던 어머니의 존재를 기리며, 두려움과 위안이 동시에 흐른다.
이번 전시는 1층을 밝은 '의식'의 영역, 2층을 어두운 '무의식'의 영역으로 나누어, 관람객이 작가의 내면을 탐험하듯 걸어 들어가게 한다. 특히 1974년작 '아버지의 파괴'는 붉은 조명 아래 식탁 위 고깃덩어리를 통해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극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으로 깊은 여운을 남긴다.
 | 루이스 부르주아의 붉은 방 부모 | 0 | 루이스 부르주아의 '붉은 방(부모)'. ⓒ The Easton Foundation / Licensed by SACK, Kore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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