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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 사기 진화하는데…경찰 검거율은 하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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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승인 : 2025. 09. 23. 18:02

AI 활용한 사진으로 피해자 속여
피해는 증가하는 반면 검거율 하락
전문가 "선제화된 수사 기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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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기사 내용은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 거주 중인 A씨는 이번 달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최신 전자기기를 구입하려다 100만원을 잃었다. 판매자가 "물건을 현관 앞에 뒀다"며 사진을 보냈지만, 현관 어디에도 물건은 없었기 때문이다. 사진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이용해 합성된 가짜였다. 비대면 거래를 악용한 '신종 사기 수법'인 것이다. A씨는 "사진에 (아파트) 호수까지 다 찍혀 있어서 조작된 사진일 줄은 전혀 몰랐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같은 구 노량진동에 사는 임모씨(25)는 지난달 런닝화를 거래하다 AI로 만든 가짜 송장에 속았다. 그는 판매자로부터 택배 송장 번호와 배송 추적 사이트에서 '배송 중'으로 표시된 사진까지 받았다. 그러나 이 송장 번호는 실제로 등록되지 않은 것이었다. 이미지 생성 AI를 통해 정교하게 위조된 사진이었다. 임씨는 송장 조회가 가능하다는 점을 믿고 선입금했다가 결국 물품을 받지 못했다. 임씨는 신고한 지 한 달여 만에 경찰로부터 "범인을 잡을 수 없다", "범인을 잡아도 법원의 배상 명령이 있거나 민사 소송을 걸어야만 돈을 되돌려 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아 눈 앞이 캄캄하다고 얘기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중고 거래 사기'가 일상화됐다. 기술의 고도화로 피해자들은 눈 뜬 채 코 베이고 있다. 경찰의 관련 검거율마저 매년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사이버 사기 피해액은 3조4062억원으로 2023년(1조8111억원)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발생 건수도 2021년 14만1154건, 2022년 15만5715건, 2023년 16만7688건, 지난해 20만8920건으로 매년 증가세다. 이중 절반 정도가 '중고 거래 사기'다. 올해 상반기엔 11만4663건이 발생해 연말에 지난해 수준을 훌쩍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피해자 수 역시 2023년 21만2960명에서 2024년 27만9416명으로 1년 만에 5만명 이상 늘어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경찰 수사 실적은 뒷걸음질 치고 있는 상황이다. 2021년 72.2%였던 사이버 사기 검거율은 2022년 70.2%, 2023년 58.0%를 거쳐 지난해 53.8%까지 떨어졌다. AI가 사진·문서 위조를 손쉽게 하면서 범죄 수법이 지능화되는 속도를 수사기관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AI를 활용한 사기 수법이 앞으로 더 교묘하게 진화할 것"이라며 "수사·법·제도가 현실을 뒤따라가며 사후적으로 보완하는 방식으로는 피해를 막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기관이 선제적으로 새로운 수법을 예측하고 대응 기법을 개발·연구하는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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