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LED 등 기술격차 늘려야
기업들, 입 모아 정부 제도적 지원 요청
|
전문가들은 한국의 기술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는 만큼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선점과 산업 생태계 복원을 위한 국가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스플레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는 업계와 전문가들이 모여 이러한 위기 상황을 진단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국회와 산업부,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등 주요 기업 관계자와 학계 전문가 등 50여명이 참석해 한국디스플레이 산업의 현황과 과제를 공유하고 해법을 논의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박진한 이사는 "한국이 LCD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한 사이 중국이 모니터와 TV 패널 시장을 각각 68%, 70% 점유하며 가격까지 좌지우지하는 독과점 구조를 형성했다"며 "2013년 15% 수준이던 국내 기업의 TV 패널 구매 비중이 올해 47%로 급등해 삼성·LG의 TV 사업 경쟁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BOE 등은 LCD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차세대 디스플레이 투자로 연결하고 있지만,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수요 악화로 투자 여력이 줄어 생태계 전반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이사는 스마트폰 OLED 시장 역시 내년엔 한국 기업들을 추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며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 폴더블 아이폰 독점 공급으로 기술 리더십을 유지하고 있으나 중국 TCL 차이나스타와 BOE가 모바일 PC용 OLED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2026년부터 양산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아직 초기 시장인 마이크로 LED도 중국과 대만 업체들이 속도를 내고 있어 한국도 선제적 R&D와 양산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
박준영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디스플레이 산업은 장기간에 걸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현재 10년으로 제한된 국가 전략기술 세액공제 이월 기간을 최소 20년 이상으로 확대해 기업의 투자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5년간 산업기술 유출 사건 105건 중 디스플레이가 21건으로 반도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며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한구 LG디스플레이 그룹장은 세액 공제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이 그룹장은 "대규모 R&D 투자는 투자 초기엔 적자를 보기 쉽다"며 "그 해에 이익이 없으면 세액 공제를 받지 못하는 현행 제도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처럼 손익 여부와 관계없이 일정 금액을 직접 환급해주는 '직접 환급제'와 공제 혜택을 다른 기업에 양도해 판매할 수 있는 '제3자 양도 제도'를 도입하면 기업의 투자 부담을 줄이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승우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삼성과 LG의 투자 축소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산업 성장 엔진에 다시 불을 붙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