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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금융 전 계열사 ‘녹색여신’ 구축… ESG경영 업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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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우섭 기자

승인 : 2025. 09. 23. 17:53

그룹 성과관리 통합·계량화
수익·신뢰도 동반 상승 기대
기업 대출금리·조달비 낮추고
친환경 사업 투자유치 도움
현장 심사관리 부담 풀어야
이찬우 NH농협금융 회장이 이끄는 농협금융이 전 계열사에 '녹색여신 적합성판단 시스템'을 도입하며 녹색금융 전략을 본격화했다. 대출 심사부터 자금 집행·사후관리까지 친환경 기준을 하나의 절차로 묶어, 농업·농촌 지원이라는 정체성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연결해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에 나선 것이다. 농협금융은 이를 통해 기업에는 금리 인하·정책자금 연계 같은 혜택을 제공하고, 그룹 차원에서는 성과를 계량화해 수익성과 신뢰도를 동시에 높인다는 구상이다.

이번 조치는 이찬우 회장이 줄곧 강조해온 '체계적 ESG 전략'의 본격적인 연장선으로 평가된다. 이 회장은 지난 7월 지주·계열사 ESG 담당 임원 회의에서 "ESG는 기업이 지속가능하기 위한 필수 요소"라며 체계를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에도 "전 계열사가 함께 만드는 통합적 ESG전략을 통해 농협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번 시스템 도입은 실질적 성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 구체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지난 19일부터 은행·보험·증권·캐피탈·저축은행 등 모든 여신 계열사에서 녹색여신 통합 관리체계를 가동했다. 여신 심사 과정에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를 적용해 기업 업종·품목을 자동 분석하고, 대출 실행 이후에는 자금 사용 내역까지 점검한다. 그룹 대시보드인 '그린보드'를 통해 각 계열사의 녹색여신 비율을 실시간 집계·관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성과 기반은 이미 쌓여 있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농협은행을 통해 ESG 채권 1조1200억원을 발행했고, 농업지원사업비로 6111억원을 집행했다. 농협은행은 기후기술펀드에 189억원을 출자했고, NH투자증권은 1조2430억원 규모의 자원순환 투자를 진행했다. 이번 시스템은 그간 개별 계열사 단위로 분산됐던 성과를 그룹 차원에서 통합·계량화할 수 있도록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이번 도입으로 기업은 녹색여신으로 인정되면 대출 금리가 낮아지고 정부 정책자금과도 연계돼 조달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발급되는 '녹색여신 인증서'를 활용하면 친환경 사업 투자 사실을 대외에 알릴 수 있어, 투자 유치나 거래처 확보 과정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농협금융 입장에서는 여신 심사와 사후관리 기준이 그룹 전체로 통일되면서 업무의 전문성과 신뢰도가 높아진다. 동시에 녹색여신 비율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향후 의무화될 ESG 공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ESG 공시는 글로벌 투자자와 자본시장의 평가와 직결되는 만큼, 농협금융은 이번 시스템을 통해 단순히 규제를 준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또한 그룹차원에서 투자·IB와의 시너지 효과가 크다. 농협은행이 출자한 기후기술펀드, NH투자증권의 자원순환 투자처럼 이미 추진 중인 ESG 금융 축과 이번 녹색여신 시스템이 연결되면, 투자수익·주선 수수료·채권 발행 등 다양한 경로에서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농협금융의 도입은 정부가 추진하는 '전환금융'과도 연결된다. 전환금융은 철강·시멘트 같은 고탄소 산업이 저탄소 구조로 바뀌는 과정을 금융이 지원하는 개념이다. 농협금융이 신재생에너지 투자와 산업 전환 프로젝트를 함께 늘리면, 친환경 신산업 육성과 기존 산업 구조조정을 동시에 뒷받침하는 사례가 된다.

다만 과제도 분명하다. 녹색여신 확대가 단순히 수치 관리에 그친다면 현장에서는 심사 부담만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농협금융이 실제 전환 프로젝트를 얼마나 발굴하고, 계열사 간 협력을 통해 구체적 성과로 이어가느냐가 관건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이번 시스템 도입은 심사부터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점에서 차별화된 강점을 갖고 있다"며 "시장의 신뢰와 실무 효율성 측면에서 강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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