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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립합창단 상임화·호봉제 시와 잠정 합의…비난 여론 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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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학 기자

승인 : 2025. 09. 25. 11:19

공직사회 상대적 박탈감…지역에술계 철밥통 특혜 반발
아산시립합창단 장외투쟁 모습
아산시립합창단원들이 상임화와 호봉제 임금체계 도입을 요구하며 아산시청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아산시기자단
충남 아산시립합창단의 상임화(정규직 전환)와 호봉제 임금체계 도입 요구에 대해 시가 이를 큰 틀에서 받아들여진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충남문화예술지부 아산시립합창단지회와 아산시 담당부서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양측이 교섭을 통해 합의안을 잠정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당부서는 공직 내부와 지역 예술계 반발, 교섭이 마무리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세부내용은 쉬쉬했지만, 크게 상임화와 9급 상당 호봉제 적용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부안 도출 후 이달 말 내지는 내달 초 협약식을 가질 계획이다.

2021년 지회 설립부터 시작된 상임화 논의는 지난 4월 아산시장 재선거 이후 급물살을 탔다. 오세현 시장은 지난 4월 28일 언론에 배포한 서면 인터뷰 자료를 통해 '다양한 주체 간 사회적 합의 선행'을 전제로 상임화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상임화 의미는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근로계약을 '주 15시간 이상'으로 체결하자는 것이다. 시는 이전 교섭 과정에서 임금체계를 성과연봉제로 제안했으나, 노조는 임금 동결 등에 따른 보상 차원의 호봉제(8급 상당) 도입을 요구하며 지난 2일부터 출근시간대 아산시청 정문에서 장외투쟁을 이어 왔다.

정연정 지회장은 첫 집회에서 "시의 처우개선 방안은 평정을 통해 등급을 나눠 정해진 인건비 안에서 나눠먹으라는 식이다. 노조 주장대로 하면 인건비가 66.9%나 상승돼 수용할 수 없다고 한다"며 "그동안의 정당한 노고를 인정받기 원한다. 우리는 (상임화된)당진과 천안처럼 하면 안되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청 내부에선 비난이 쏟아졌다. 실제로 이달 중순 내부망에 '예술이라는 이름의 갑질, 도 넘은 시립합창단을 규탄한다'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 왔다. 지난 24일 오후 3시 기준 조회수는 1356회를 기록했고 공감수는 544개, 공감하는 댓글도 50여개나 달렸다. 비공감수는 3개에 그쳤다.

작성자는 게시글에서 "시립합창단 입장을 배려해 상임화 요구를 받아들인 상황에서 8급 수준 호봉제까지 요구하고 있다. 많으면 8급 15~20호봉이 될 것"이라며 "민원실에서 하루 종일 실랑이하고, 읍면동에서 온갖 잡무에 시달리는 저연차 공무원이 8급 3~6호봉이다. 시립합창단이 고된 노동을 한다고 이들 앞에서 자신 있게 노래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빚에 허덕이는 지역 예술인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더 옳다고 믿는다. 시민 요구에 발맞춰 더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도입해야 하며, 불변을 원하는 불통 합창단은 더이상 우리와 함께 미래를 노래할 수 없다"며 시립합창단 해체를 비롯한 시의 강력한 대처를 촉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 예술인 A씨도 "관련 예산 비중이 지나치게 시립합창단에 치중돼 있다. 처우개선 필요성은 십분 이해하나 복지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이라며 "'철밥통' 예술인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 진정한 의미에서 호봉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면 단원 구성부터 다시 해 실력 있는 지역 예술인으로 재편하라"고 비판했다.

현재 시립합창단은 하루 3시간씩 주 4일 근무하는 2년 계약직 방식으로 운영된다. 올해 기준 일반단원 고정수당은 월 176만원이며, 외부활동 등 겸직이 가능하다. 공연수당 5만원도 별도로 지급된다. 복지포인트 120만원과 명절수당(기본급의 60%)은 물론, 퇴직금·단체보험·건강검진 등의 비용도 지원된다.

올해 운영예산은 18억여원, 이 중 인건비만 약 16억 7000만원을 차지한다. 상임화 시 연간 10억원 가까이 더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호봉제 도입 시 인건비는 더 증가하게 된다.

앞서 시 의뢰로 2023년 발표된 '시립합창단 공공성 강화와 처우개선방안 검토 연구용역' 설문조사에서 시립합창단 인지도는 70%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공연을 한 번도 관람하지 않았다는 응답 비율이 56.1%로 과반을 차지했다.

공립합창단을 운영 중인 국내 기초지자체 91곳 중 상임직으로 운영 중인 곳은 29곳, 비상임은 62곳으로 집계됐다. 충남도 내 15개 지자체 가운데 자체 예산을 들여 상임화 운영 중인 곳은 '종합예술단' 형태인 천안시가 유일하다. 당진시립합창단은 충남도 공립예술단으로 선정돼 내년부터 전액 도비 지원을 받아 도립합창단으로 활동한다.

연구용역을 수행한 (사)지방행정발전연구원은 "상임직 근무체계로 전환된 공립합창단의 경우 다양한 장르가 복합적으로 구성된 예술단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상임직 근무체계 전환 시 예술단 고령화와 예술전반 분야 추진사업비 대비 높은 인건비 비중 등 문제도 발생되고 있다. 해결방안 추이를 지켜보면서 중장기적으로 시립합창단을 포함한 문화와 예술 전반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예술단으로 기능을 확장해 단계적 상임직 전환을 종합 검토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신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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