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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제와 균형, 정치적 독립… 결국 ‘국민 위한 개혁이냐’에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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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아 기자

승인 : 2025. 09. 25. 17:49

검찰·사법개혁 길을 묻다 <끝>
대한민국 명사 8인 인터뷰 총정리
검찰청, 78년 역사 뒤로 하고 폐지
경찰 견제장치로 보완수사권 필요
'숙의 없인 성공 없다'에 한목소리
검찰청 폐지 등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둔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더불어민주당은 법안 처리를 예고했고,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 등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연합
78년 만에 검찰청 폐지라는 역사적 전환점 앞, 아시아투데이는 검찰개혁의 불씨가 커지기 시작한 지난 7월 10일부터 이달 4일까지 대한민국 명사(名士) 8인에게 '검찰개혁 길을 묻다'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들이 가리킨 방향은 같았다. 개혁은 단순히 권한을 옮기는 일이 아니라, 견제와 균형으로 국민을 지키는 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권한 분산을 통한 상호 견제, 정치로부터의 독립성 강화가 '국민을 위한 개혁'이라는 하나의 좌표를 가리켰다. 그러나 지금 추진되는 개혁이 과연 그 좌표에 닿아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25일 국회 본회의에는 여당 주도로 수사·기소를 분리하고 검찰청을 폐지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야당이 필리버스터에 나서더라도 24시간이 지나면 재적 의원 5분의 3 찬성으로 강제 종결이 가능해 이르면 26일 검찰청은 78년 역사를 뒤로하고 폐지 수순을 밟는다. 법 시행까지 1년의 유예 기간이 주어지지만, 행정안전부 산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법무부 산하 공소청 신설 과정에서 검찰 보완수사권 존폐와 위헌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검찰과 법조 실무에 몸담았던 인사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한목소리로 검찰의 보완수사권 존치 필요성을 역설했다. 검찰 특수통 출신으로 30년 가까이 검찰 조직에 몸담았던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사 보완은 국민의 이익과 직결되는 것"이라며 "최소한 '보완수사 요구권'만이라도 검찰에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경찰, 중수청 등이 이에 불응할 경우 실효적 조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며 피해자 권익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양 의원은 "정권과 결탁한 검찰이 윤석열 부부의 사병 집단화되며 오늘날 비참한 운명을 자초했다"고 지적하면서도 "수사권을 떼어낸다고 해서 검찰이 부패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근시안적"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수사·기소권 완전 분리를 주장했던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최소한의 경찰 견제 권한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혁이란 이름으로 검사의 권한을 자르기만 하고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형사 시스템은 무너진다"고 우려했다.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을 지낸 대표적 특수통 검사 출신 윤갑근 변호사는 보완수사권 논란을 넘어 수사·기소 분리 자체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제도가 시행됐을 때 우리나라 범죄 억제력과 대응력이 유지될 수 있는지, 피해 구제가 제대로 되는지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년 가까이 검찰에 몸담은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책임 소재와 권한이 일치하지 않고, 수사권이 중첩돼 오히려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며 새로운 수사기관이 생길 경우 예산 낭비는 물론 수사기관 간 경쟁으로 국민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주 의원은 "수사기관 사이 경쟁이 일어나면 국민이 2·3중으로 수사받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며 현재 개혁 방향이 국민을 위한 길과는 거리가 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과 맞물려 사법개혁도 추진하고 있다. 취지는 사건 적체 해소와 신뢰 회복이지만 사법 독립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20년 넘게 판사 생활을 한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법관 증원안에 대해 "겉으로는 정의 실현·권리 구제로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매우 위험한 제도 개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철환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도 국민 권리행사를 뒤흔들 수 있는 중대 사안인 만큼 충분한 숙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계는 '견제와 균형'과 삼권분립 훼손을 가장 큰 위험으로 짚었다. 지성우 성균관대 교수는 대법관 증원이 소수정예 원칙을 허물고 '코드 인사' 의혹을 키워 사법 독립을 약화할 수 있다며 하급심 보강이 우선이라고 했다.

장영수 고려대 명예교수도 인사권을 손에 쥔 채 제도를 흔드는 방식은 개악에 가깝다며, 대법관 증원 같은 대수술일수록 객관적 데이터와 충분한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개혁의 초점을 '누가 더 많은 권한을 갖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서로를 견제해 국민을 지킬 것인가'에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보완수사, 인사 독립, 하급심 강화 등 안전장치를 정교하게 설계하고 충분한 숙의를 거칠 때에야 이번 개편이 비로소 '개혁'이 될 수 있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박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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