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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 |
법상으로는 재경부 장관이 경제 부총리로 거시 경제정책을 총괄하게 돼 있다. 그렇지만 이런 상태에서는 '명목만 경제사령탑'에 그칠 것이다. 재경부가 세제라는 정책수단을 온전히 가진 것도 아니다. 현실은 다르다. 국회 힘과 권한이 커지면서 사실상 세법은 국회에서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까지 부총리로 격상된 것도 불확실성을 키운다. 범경제부처 간 협업의 구심점이 더 흐려지게 생겼다.
경제부총리의 총괄 권한이 중요한 것은 속성상 각 부처가 자신의 논리와 이익을 고집하는 '부처 이기주의'에 빠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책이 일관성과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정책 목표에 충실하도록 부처들의 각개약진을 방지하고 이견을 조정하는 게 필수적이다. 그런데 재경부의 위상과 권한이 이렇게 추락한 상황이라면 부처들이 따로 놀 뿐 자원과 인력을 집중해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대내외 경제 환경이 예사롭지 않은 때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장기화하면서 수출은 물론 외환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타격을 받기 시작한 주력 제조업의 활로를 열고 필요시에는 구조조정과 금융 지원을 속도감 있게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수출 부진이 지속되면 이미 침체가 심각한 내수는 더 심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위기 대응뿐 아니라 인공지능(AI) 시대에 맞춰 새로운 산업정책을 도입, 성장 동력을 확충하는 것도 시급하다. 이런 비상한 시기에는 경제 사령탑의 권한과 지위를 더 강화시켜야 하는 게 맞다. 성장·물가·고용(일자리)·국제수지 등 거시경제 목표를 달성하기가 훨씬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의 피해를 그나마 줄이기 위해서는 재경부·금융위원회·기획예산처 등 3개 부처 수장이 정기적으로 모여 주요 현안을 결정하는 '경제조정회의(가칭)' 등을 제도화해야 한다. 당연히 이 모임이나 조직의 리더는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맡아야 한다. 이렇게 하더라도 정책수단에 제약을 받는 재경부 장관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통령은 물론 대통령실이 말과 행동으로 경제부총리에 힘을 실어줘 경제 리더십의 혼선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