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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본에서 2008년 세계 최초로 시행된 고향납세제와, 2023년 한국에서 도입된 고향사랑기부제를 비교·분석한다. 두 제도는 납세자나 기부자가 자신의 고향이나 원하는 지역에 재정을 지원하고 세제 혜택을 받는 구조다. 저자들은 이를 단순한 재정 조정 장치가 아니라, "시민이 선택하고 행정이 응답하는 과정에서 지역이 미래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게 하는 에너지원"이라고 정의한다.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핵심은 돈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재정이 흐르는 길을 바꾸는 것은 필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시민의 마음과 공동체의 상상력이 제도에 담겨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사례에서 답례품 경쟁과 지역 불균형 같은 부작용도 발생했지만, 동시에 지역 주민의 참여와 민관 협력이 활발히 일어나면서 지방 경제를 살리고 공동체 문화를 새롭게 구축하는 계기가 됐다.
책은 고향납세·고향사랑기부를 '세금을 내는 방식'이 아니라 '공동체를 짓는 방식으로 바라보자고 제안한다. 즉, 시민이 납세 주권을 행사하고 행정이 유연하게 대응하며, 민간이 창의적 아이디어로 참여할 때 제도는 살아 있는 사회적 실험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한국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 초기 성과에도 불구하고 관리 지표 부재, 일부 지역으로의 기부금 쏠림, 중앙정부 의존 구조 등 문제를 지적한다. 특히 '모인 대로 쓰는 것'과 '목표를 세우고 모금하는 것'의 차이가 성과를 가른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책임 있게 성과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기부만이 지역을 살리는 유일한 길이 아니라고 짚는다. 은행, 화폐, 기금, 주식, 채권, 시민 투자 플랫폼 등 다양한 금융 수단을 활용해 지역으로 돈이 흘러가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저자들은 "좋은 제도를 만들기 위해선 돈을 돌게 하는 사회적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공저자 이찬우 일본경제연구센터 특임연구원은 일본 테이쿄대학 교수를 지냈으며 국제 포럼과 언론 기고를 통해 일본 고향납세 사례를 꾸준히 국내에 소개해 왔다. 저서로 '동북아의 심장을 누가 쥘 것인가'가 있다. 문진수 사회적금융연구원 원장은 영리·비영리·공공 영역을 넘나드는 활동을 이어왔다. 주요 저서로 '돈의 반란', '우리가 몰랐던 진짜 금융 이야기', '은퇴의 정석' 등이 있다.
'지역을 살리는 아름다운 선택'은 행정가·정책 담당자에게는 제도의 작동 원리를 점검할 안내서이자 정책 영감을 제공한다. 동시에 기업과 공익재단에는 새로운 사회적 협력 모델을, 시민과 지역 활동가에게는 '지역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무대'라는 새로운 인식을 심어준다.
저자들은 "지역의 미래는 제도가 아니라 사람에게 달려 있다"며, 선택하는 시민·응답하는 행정·혁신을 더하는 민간이 함께할 때 비로소 가능성이 열린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지역 소멸 위기에 직면한 한국 사회에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가장 든든한 길잡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월간토마토, 32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