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개마을 진맥소주, 명인안동소주, 민속주안동소주 희석식 소주와 비교 불가, 깊은 맛과 향의 전통소주 우리 술을 지키는 고장, '안동 더 다이닝' 열차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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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 맹개마을. / 이장원 기자
소주라고 하면 보통 진짜 이슬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그 술을 떠올린다. 하지만 우리의 전통 소주는 인고의 노력이 들어가 그보다 훨씬 깊은 맛을 내는 고급 술이었다. 값싼 술이 필요했던 어려운 시대를 거치면서 희석식 소주가 한국을 대표하는 듯한 술로 자리잡은 것을 안타깝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경북 안동에서는 술의 장인들이 우리 소주의 전통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들은 새로운 시대와 세대를 위해 술맛 개발을 마다하지 않는 혁신가들이기도 하다. 역사와 전통의 향기가 퍼지는 술 빚는 길을 걸어본다.
◇ 맹개마을 진맥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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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개마을로 들어가는 트랙터 수레. / 이장원 기자
퇴계 이황 선생이 '그림 속으로 들어간다'고 말했다는 안동 도산면 맹개마을로 가본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펼쳐지는 기암절벽과 물과 숲이 어우러진 풍경을 보니 그보다 더 좋은 표현을 찾기도 어려워 보인다. 마을까지 가려면 물을 건너야 한다. 차로는 갈 수 없다. 징검다리가 있지만 마을에서 운영하는 트랙터 수레를 타고 물위로 가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맹개마을에는 낙동강과 청량산자락을 따라 3만여평의 농장이 자리잡고 있다. 가을에는 메밀꽃과 단풍이 차례로 경관을 물들인다. 이곳은 안동소주의 한 브랜드인 진맥소주를 빚는 곳이다. 진맥소주는 밀로 만든 소주다. 직접 재배하는 유기농밀로 국내 최초 밀소주를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순히 시간으로만 따지면 안동소주 중 역사가 오래된 술은 아니지만 깊은 맛은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진맥 소주는 단맛과 감칠맛이 풍부하고 목넘김이 부드럽다. 목으로 넘긴 후에는 특유의 매운 맛이 입안과 코에 전달된다. 이 소주는 삶은 육류나 회처럼 담백한 음식과 먹을 때 특히 술맛이 살아난다고 한다. 맹개마을에서는 시음 프로그램과 양조장 투어 등을 통해 진맥소주를 즐겨볼 수 있다. 술을 숙성시키는 토굴도 둘러볼 수 있는데 안동소주에 대한 김선영 대표와 박성호 이사의 진심이 엿보인다. 53도, 40도의 매운 술이 진맥소주를 대표하지만 비교적 낮은 도수의 술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한 22도 술도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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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개마을 진맥소주 시음 프로그램. / 이장원 기자
◇ 명인안동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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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안동소주 양조장 체험 공간. / 이장원 기자
안동소주의 역사는 대략 고려시대 혹은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전해진다. 조선시대에는 양반들이 즐기던 술로서 독하면서도 깊은 맛과 향으로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았다. 증류 방식의 전통 소주는 주정에 물을 희석한 희석식 소주와는 사실 비교를 거부하는 고급 술이다. 대표적인 전통 안동소주로는 이름에서부터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명인안동소주가 있다. 안동 반남 박씨의 가양주로, 박재서 명인이 500년의 전통을 담아낸 정통 안동소주다. 명인안동소주는 지역의 최고급 쌀로 빚는 것으로 유명하다. 3단 사입 발효 방식과 100일 이상의 숙성 과정을 거쳐 깊고 부드러운 맛을 자랑한다. 쌀의 탄내를 누룩 조절을 통해 제거하는 것도 비법 중의 하나라고 한다. 만인이 좋아할 만한 깔끔한 맛과 향을 소주에 담은 박재서 명인은 1995년 전통식품 명인 6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현재는 박재서 명인의 아들인 박찬관 대표와 손자 박춘우 본부장이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안동 풍산읍에 가면 명인안동소주의 양조장을 둘러보고 시음을 해볼 수 있다. 이곳에서 만나는 예쁜 파란빛의 안동소주 하이볼은 전통을 지키면서 시대에 맞춰 변화하는 노력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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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안동소주 하이볼 만들기 체험. / 이장원 기자
◇ 민속주안동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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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주전통소주 제조 시연 준비 모습. / 이장원 기자
일제 강점기와 광복 후 식량 부족 등으로 인해 명맥이 끊길 뻔 했던 전통 소주를 복원해 순곡류를 사용한 본래의 제조 방식을 고수해 나가고 있는 술로 조옥화 명인의 민속주안동소주도 빼놓을 수 없다. 안동소주·전통음식 박물관에 가면 민속주안동소주의 제조법과 소주의 역사, 유래 등을 알아볼 수 있다. 과거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안동 방문 당시 차렸던 생일상 등 전통음식과 문화를 보여주는 소품들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곳은 각종 민속주와 술의 계보, 시대별 주병, 주배를 중점적으로 전시한다. 안동소주를 만드는 시연장과 시음장도 갖췄다. 현재는 김연박 명인과 배경화 여사가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데, 현장에서는 누룩밟기 등 제조법 체험도 진행하고 있다. 민속주안동소주도 역시 안동소주만의 부드럽고 깔끔한 맛과 깊은 풍미를 지녔다. 은은한 향이 특징으로 전통 소주의 가치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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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주안동소주전승관. / 이장원 기자
◇ K-미식 전통주 벨트 '안동 더 다이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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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소마을 체험 미식 안동찜닭. / 이장원 기자
안동 미주·미식 여행을 하는 방법으로는 코레일관광개발의 '안동 더 다이닝'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안동시, 한식진흥원과 함께하는 '2025 K-미식 전통주 벨트'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된 열차 여행 상품이다. 1박 2일간의 전통주 여행을 하나의 코스요리처럼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안동 종가의 맛을 경험하고 병산서원과 선성수상길을 둘러보며, 식품명인의 해설을 통해 안동소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가양주와 미식까지 맛볼 수 있다. 안동 더 다이닝은 오는 10월 24일, 10월 31일, 11월 14일, 11월 21일 총 4회 운영될 예정이다. 여행에는 왕복 열차비, 연계차량비, 관광지 입장료, 식사, 전통주 체험료 등이 포함된다. 조식 박스, 디저트 박스, K-미식 전통주 벨트 굿즈도 함께 제공된다. 코레일관광개발은 개별여행객과 도보 여행객을 위해 안동시관광협의회의 '안동관광택시'와 협업한 '안동 전통주 칵테일 택시'도 함께 운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