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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도 거부하더니…인도 크리켓팀, 파키스탄 장관 시상에 “트로피 안받아”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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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09. 30. 09:07

APTOPIX Emirates Asia Cup Cricket <YONHAP NO-5865> (AP)
28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국제 크리켓 경기장에서 우승한 인도팀이 트로피 없이 우승을 자축하고 있다/AP 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크리켓 아시아컵 결승전에서 인도가 파키스탄에 극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이후 열린 시상식에서 인도 대표팀이 우승 트로피 수상을 거부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고 AP통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견원지간' 인도와 파키스탄의 관계가 스포츠마저 정치와 외교의 전쟁터로 바꿔버린 것이다.

지난 28일 열린 크리켓 아시아컵 결승전에서 인도의 승리로 경기가 끝난 후, 시상식은 알 수 없는 이유로 1시간 30분 이상 지연되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파키스탄 선수들이 준우승 메달을 받은 뒤 우승팀인 인도를 호명했지만 인도 선수들은 시상대에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주최 측이 시상대 위에 놓여있던 우승 트로피를 들고 사라졌고, 이후 방송 중계자는 "인도 크리켓팀이 오늘 상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결국 경기장에선 인도팀이 트로피 없이 경기장에서 별도로 자축하는 기이한 장면이 연출됐다.

인도팀이 시상을 거부한 이유는 시상자로 나선 모신 나크비 아시아크리켓위원회(ACC) 회장 때문이었다. 그는 파키스탄 크리켓 위원장이자 파키스탄의 내무부 장관을 맡고 있는 핵심 정치인이다.

인도 크리켓 위원회(BCCI) 사무총장은 인도 언론에 "파키스탄의 핵심 지도자 중 한 명인 ACC 회장으로부터 아시아컵 트로피를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인도의 날선 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인도팀은 이번 대회에서 파키스탄과 치른 3번의 경기 모두에서 경기 전후는 물론, 동전 던지기(토스) 때조차 주장의 악수를 거부하며 냉랭한 태도를 보여왔다. 지난 5월 양국 간의 군사적 충돌에 대한 항의 표시로 인도팀이 이번 대회 내내 보여준 '노 핸드셰이크(악수 거부)' 정책이 결국 파키스탄 인사가 수여하는 트로피도 받지 않는 것으로 끝난 셈이다.

이런 인도의 행동에 파키스탄은 분노를 터뜨렸다. 파키스탄의 주장인 살만 아가는 "훌륭한 팀은 오늘 인도팀이 한 것과 같은 행동을 하지 않는다"며 "매우 무례한 행동"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인도 주장은 대회 전 사석에서는 나와 악수를 했지만, 카메라 앞에서는 거부했다. 그는 지시에 따르고 있을 뿐"이라며 "인도나 파키스탄의 어린 아이들이 이 장면을 본다면 우리는 아이들에게 좋은 메시지를 보내지 못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인도 측은 오히려 주최 측의 행동이 문제였다며 강력한 항의를 예고했다. 인도 크리켓 위원회는 "우리가 트로피를 받지 않겠다고 해서 그(나크비 회장)가 트로피를 가지고 가버리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오는 11월 국제크리켓위원회(ICC) 회의에서 ACC 회장의 행동에 대해 매우 강력하게 항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월 말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힌두 관광객을 상대로 한 총기 테러가 발생하자 인도는 테러의 배후로 파키스탄을 지목하며 갈등이 고조됐다. 지난 5월 양국은 전면전 직전까지 충돌했고 국제사회의 중재로 사흘만에 휴전에 들어갔으나 양국 관계는 여전히 냉랭하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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