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역서울284에서 '백년의 하루'展 개막...구-신 서울역 연결 통로 첫 공개 '조선말 큰사전' 원고부터 김수자 보따리까지…과거-현재-미래 아우르는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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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는 구 서울역사 준공 100주년을 맞아 9월 30일부터 11월 30일까지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특별기획전 '백년과 하루: 기억에서 상상으로'를 연다. 사진은 김수자, 김미경, 이수경 등 현대작가들 작품을 선보이는 3등 대합실 전경. /사진=전혜원 기자
30일 오전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 지하. 오랫동안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열렸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자 어둑한 복도가 나타났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한 50m 길이의 통로를 지나자 KTX가 오가는 서울역 4번 플랫폼이 눈앞에 펼쳐졌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구 서울역사 준공 100주년을 맞아 이달 30일부터 11월 30일까지 특별기획전 '백년과 하루: 기억에서 상상으로'를 연다. 2011년 문화역서울284로 재탄생한 이후 14년 만에 옛 서울역과 KTX 서울역을 잇는 지하 연결 통로를 처음으로 개방한다.
원래 요리장으로 쓰이다 창고로 전락했던 지하 공간. 이곳에는 그동안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연결 통로가 있었다. 이번 100주년을 계기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 상징적 통로로 재탄생했다. 전시 관람객은 이 통로를 통해 바로 KTX를 탈 수 있고, 서울역 이용객은 전시를 보러 들어올 수 있다.
이동훈 큐레이터는 "서울역 100년을 실질적으로 입증하는 공간이자 철도의 의미를 되살리는 곳"이라고 말했다. 전시 기간 이용 현황을 분석해 내년부터 상시 개방을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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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자 작가의 초기 보따리 작품이 전시 중이다. /사진=전혜원 기자
전시는 과거-현재-미래를 아우르는 3개 테마로 구성됐다.
3등 대합실에는 김수자 작가의 초기 보따리 작품이 놓였다. "단순한 보따리가 아니라 이동과 이주, 민중의 정서를 담은 작품"이라는 설명이 따라붙었다. 1924년 공사 사진첩부터 1930~40년대 기차 시간표까지, 서측 복도에는 100년 역사를 증명하는 자료들이 빼곡하다.
1·2등 대합실에서는 옛 서울역의 맥주와 커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시음할 수 있다. 하이트진로, 국순당, 서울브루어리, 팔도카라멜과 협업한 결과물이다. 귀빈실에는 이스턴에디션과 오우르의 현대 가구와 패션이, 부인대합실에는 오아시스레코드와 박민준 프로듀서가 재구성한 서울역 음악이 흐른다. 마지막 역장이었던 배종규 역장의 인터뷰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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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레코드와 박민준 프로듀서가 재구성한 서울역 음악이 흐르는 부인대합실 전경. /사진=전혜원 기자
가장 눈길을 끄는 건 1945년 9월 경성역 창고에서 발견된 '조선말 큰사전' 원고다. 조선어학회가 1929년부터 1942년까지 13년간 작성한 최초의 우리말 대사전 원고로, 약 19평 규모 공간에 특별 전시된다.
이상의 소설 '날개'에 등장하는 "경성역 일이등 대합실 한곁 티룸"처럼, 서울역을 배경으로 한 문학작품들도 소개된다. 을유문화사, 비룡소, 독립서점이 추천한 도서 100여 권을 비치하고 관람객이 직접 서울역의 미래를 상상해 글로 남기는 참여형 공간도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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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문화사, 비룡소, 독립서점이 추천한 도서 100여 권을 비치한 공간. /사진=전혜원 기자
전시 마지막 소식당에서는 남북철도와 유라시아 횡단철도가 연결된 미래 모습을 제시한다. 단절된 철도를 넘어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국제 관문으로서의 비전이다. 커넥트플레이스 서울역점 야외 공간에서는 서울역을 활용한 미디어 작품 전시도 열린다.
옛 서울역은 1900년 남대문 정거장으로 시작해 1925년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준공되며 '경성역'이 됐다. 해방 후 1947년 서울역으로 이름을 바꿔 한국 교통과 물류의 중심을 지켰으나, 2004년 KTX 개통과 함께 새 역사로 기능이 옮겨갔다. 국가유산청 소유인 이 건물은 현재 문화역서울284로 운영 중이다.
준공 100주년 맞은 옛 서울역<YONHAP NO-2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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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 284에 특별기획전 '백년과 하루: 기억에서 상상으로'에서 포스터가 설치되어 있다. 옛 서울역사 준공 10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전시는 옛 서울역의 지난 100년을 돌아보고 현재와 서울역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3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