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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의 어머니’ 제인 구달 박사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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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경 기자

승인 : 2025. 10. 02. 09:50

야생 침팬지 연구로 과학 혁신…환경운동의 상징으로 남다
화면 캡처 2025-10-02 091739
2004년 침팬지와 소통하는 구달 박사 /AFP 연합
세계적인 동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로 널리 존경받아온 제인 구달 박사가 1일(현지시간) 향년 91세에 세상을 떠났다.

구달 연구소는 성명을 통해 박사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강연 활동 중 자연적 원인으로 별세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소는 "그의 발견은 과학의 틀을 바꾸었고, 평생을 자연 보호와 복원에 헌신했다"며 애도를 표했다.

1934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구달은 어릴 적 '타잔', '닥터 두리틀' 같은 동화책을 읽으며 동물에 대한 꿈을 키웠다. 대학에 가지 못하고 비서로 일하다가 1957년 케냐로 여행을 떠난 그는 인류학자 루이스 리키를 만나 인생의 방향을 바꿨다.

그는 리키의 추천으로 탄자니아 곰베 지역에 들어가 야생 침팬지를 연구했다. 1960년대 초 침팬지가 도구를 만들어 사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하며 '도구 사용은 인간만의 특성'이라는 기존 학설을 무너뜨렸다. 이 연구는 1964년 '네이처'에 발표돼 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구달은 야생에서 장기간 침팬지를 관찰하는 방식을 처음 도입해 동물행동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국제적 명성을 얻은 그는 '침팬지의 어머니'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시간이 흐르며 구달은 침팬지를 지키려면 서식지 보존이 필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1977년 '제인 구달 연구소'를 세워 아프리카 환경보호와 연구 활동을 지원했고, 이후 전 세계를 누비며 환경 보호의 필요성을 알렸다.

특히 1991년 시작한 청소년 환경 프로그램 '뿌리와 새싹(Roots and Shoots)'은 탄자니아 어린이 10여 명으로 출발해 현재 100여 개국 10만 명이 참여하는 국제 네트워크로 성장했다.

저술 활동에도 힘써 '희망의 이유'를 비롯해 30여 권의 책을 남겼고, 아동 독자를 위한 작품도 다수 집필했다.

구달은 생전 지구의 회복력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다. 그는 "희망이 있다. 그것은 우리 손에 달려 있다. 가능한 한 작은 발자국을 남기라"는 메시지를 반복해 전했다.

2001년 인터뷰에서는 "동물을 향한 인간의 태도를 바꾸고 싶다. 그것만으로 세상이 조금 달라진다면 충분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두 차례 결혼과 이혼·사별을 겪었지만, 그의 삶은 무엇보다 과학과 환경운동에 헌신된 시간으로 채워졌다. 91세를 일기로 눈을 감은 제인 구달은 동물학 연구의 혁신가이자 환경운동의 상징으로 인류에게 깊은 유산을 남겼다.
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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