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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시 체제 출범 전부터 ‘연립 시험대’… 자민·공명 협력 균열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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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기자

승인 : 2025. 10. 08. 10:32

다카이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자민당 새 총재/EPA 연합뉴스
자민당 새 총재로 다카이시 사나에(高市早苗)가 선출된 지 닷새째, 일본 정치권에서는 자민공명 연립 정권의 협력 구조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NHK와 니혼TV, 아사히, 요미우리 등 주요 매체는 연립 협력과 선거 전략 조율 과정에서 공명당이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을 집중 보도했다.

내년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은 도시권 중심 지역구에서 공명당 후보와의 중복 공천 확대를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공명당 간부들은 NHK 인터뷰에서 "일방적 결정은 연립의 신뢰를 훼손한다"며 반발하며, 내부적으로 독자 후보 가능성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명당은 창가학회 조직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조직표를 확보하며, 자민당 정권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수도권에서 지지 기반이 약화되면서, 자민당의 선거 전략이 공명당의 정치적 입지에 부담을 준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카이시 총재는 총재 선거 과정에서 방위비 증액, 적기지 공격 능력 확보, 헌법 개정 추진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러한 강경 보수적 노선이 공명당의 평화주의적 입장과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은 일본 정치권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사항이다.

요미우리신문은 8일 사설에서 "연립 정권의 안정은 자민당이 일방적으로 주도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다카이시 총재가 공명당과의 신뢰를 재정립하지 못하면 정권 기반이 조기 불안정화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아사히신문 역시 "공명당이 불만을 품고 선거 협력에서 이탈할 경우, 자민당 단독 과반 확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공명당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발언권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다카이시 총재의 대북·대중 강경 노선이 실제 내각 정책으로 이어질 경우, 외교·안보 분야에서 협력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공명당 외교 담당 의원은 "자민당 내 강경 목소리가 커질수록 국제관계에서 균형을 잡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민당 내부에서는 공명당과의 관계 재조정론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중견 의원들은 "창가학회 표가 과거만큼 효력을 발휘하지 않는다"며 "도시권 무당층 유권자 확보가 더 중요하다"는 현실론을 제기하고 있다. 닛케이신문은 "자민당이 장기적으로 공명당 의존에서 벗어나 독자 선거 전략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 정치 구조상, 자민공명 연립은 지난 25년간 안정적 정권 운영의 기반이었다. 자민당의 조직력과 공명당의 조직표가 결합된 구조는 총재 선거뿐 아니라 중의원·참의원 선거에서도 핵심이었다. 그러나 인구 감소와 창가학회 고령화로 이 균형이 서서히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정치학자 가토 신페이(加藤新平)는 "다카이시 총재의 강경 보수 성향이 두드러질수록, 공명당은 연립 내 존재 이유를 재검토하게 될 것"이라며 "창가학회 내부에서도 연정 참여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카이시 총재 본인은 공개적으로 "공명당과의 협력은 일본 정치 안정의 필수 요소"라며 협력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총재 측근 및 아베파 중심 참모진은 정책 우선순위를 강경 노선으로 두고 있어, 실제 내각 구성 과정에서 마찰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 외교 당국 입장에서는 이번 연립 균열 가능성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다카이시 총재가 차기 총리에 지명될 경우 한일관계는 과거보다 경직될 가능성이 크다. 공명당이 지금까지 한일관계 완화 과정에서 완충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위안부·강제징용 문제에서 표현 조정이나 비공식 채널 외교를 담당했던 공명당 인사들의 역할이 제한될 수 있다.

현재 자민공명 간 협의는 선거구 조정과 공동 공약 문안에서 막혀 있는 상태다. 양당은 이번 주 중 실무 회의를 이어갈 예정이지만, 공명당 내부에서는 "자민당이 변하지 않으면 독자 노선 불가피"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결국 이번 갈등은 단순 선거 협상 문제가 아니라, 다카이시 총재 체제 출범 후 일본 정치의 성격을 가늠할 첫 시험대다. 연립 유지 여부가 정책 추진력, 외교·안보 노선, 일본 정치 안정성 전반에 직결될 전망이다.


최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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