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비철금속 회사 도약
제련소 자금조달·신공법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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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최 명예회장이 지난 6일 향년 84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임종은 부인 유중근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와 아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켰다. 장례는 지난 7일부터 4일간 회사장으로 치러진다.
최 명예회장은 고려아연을 '종합 비철금속 회사'로 이끈 인물이다. 1973년 정부가 울산 온산에 비철금속단지를 조성하기로 결정하자, 미국에서 유학과 직장 생활을 하던 최 명예회장은 부친 최기호 창업자의 편지를 받고 귀국했다. 그는 온산제련소 건설 자금 확보를 위해 국민투자기금, 산업은행 등 국내 국책금융기관과 세계은행 산하 국제금융공사(IFC) 문을 두드리며 자금 조달에 나섰다.
IFC는 약 7000만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최 명예회장은 5000만달러로도 충분하다고 설득했다. 또한 IFC측은 조달 자금을 부채 60%·자기자본 40%로 구성하자고 제안했으나, 최 명예회장은 협상 끝에 7 대 3으로 조정해냈다. 이 밖에 건설비 절감을 위해 종합건설사에 턴키 방식으로 맡기지 않고, 구매와 시공을 직접 관리하며 단종면허 토목업체와 건건이 계약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 결과 총 4500만 달러 만으로 제련소를 완공했다.
최 명예회장은 사업 영역을 아연에만 머무르지 않고 연과 귀금속 등 비철금속 전반으로 넓히며 '종합 비철금속 회사'로의 도약을 추진했다. 1980년대 후반에는 환경문제로 기존 소결·용광로 공법의 한계가 지적되자, 상업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던 신공법을 과감히 도입해 연 제련 사업에 나섰다.
1980년부터 1992년까지 사장과 부회장을 지내며 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생산시설 확충에 힘을 쏟았다. 세계 최초로 아연·연·동 제련 통합공정을 구현하고, DRS 공법을 국내외에서 처음으로 상용화해 연 제련에 적용했다. 이는 고려아연의 경쟁력을 구축하는 밑거름이 된 것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