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BDC 도입하며 벤처 투자 촉진
증권사, 전담조직 강화 등 동참나서
대규모 기여 위한 폭넓은 인가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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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모험자본 공급의 중심에 있는 증권사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위해 모험자본 공급의무 신설을 골자로 한 발행어음·종합투자계좌(IMA) 신규 인가 카드까지 꺼냈다. 이에 증권사들은 이를 사업 확장의 기회로 보고 모험자본 확대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피력하며 정부의 기조에 화답하고 나섰다.
다만 업계는 실제 모험자본을 늘리기 위해서는 신규 지위 획득을 통한 자금력 확대가 우선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책이 원활히 추진되기 위해 당국의 속도감 있는 절차 추진과 폭넓은 인가가 절실한 이유다. 그러나 막상 금융감독원의 심사 진행 상황은 다소 느린 상황이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위를 보유한 증권사 9곳이 모험자본에 투자한 규모는 총 12조8000억원이다. 이 중 4조원(31.4%)이 중견기업, 3조2000억원(24.9%)이 코넥스 상장기업 등에 투자됐다. 성장 가능성이 큰 신기술사업·벤처투자조합 등이나 중소·벤처기업에 투자된 금액도 각각 2조9000억원(22.8%), 2조7000억원(20.9%)에 달한다. 혁신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현 정부의 기조에 부합한 투자 행보다.
다만 이들 증권사의 총자산에서 모험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2.23%에 불과해 적극적인 공급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미흡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김 의원은 "이는 종투사들이 혁신 금융 본연의 역할을 외면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당국의 정책 의지에 맞춰 혁신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을 더욱 확대해 시장의 신뢰에 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 역시 "증권업이 모험자본을 중개하는 생산적 금융의 핵심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제시한 카드는 조달자금의 25%를 모험자본에 공급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 발행어음·IMA 신규 인가다. 사업 확장의 기회인 만큼, 증권사들은 인가 심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 앞다퉈 모험자본 확대 의지를 전하고 있는 상태다.
삼성증권은 2028년까지 투자액을 5조원 규모로 확대하고, 기업투자 딜발굴·심사인력 확충과 운용기능 전담조직 신설 계획까지 밝혔다. 메리츠증권은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1년 앞선 2년 내로 25% 달성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방침이다. 하나증권과 신한투자증권 역시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위한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시스템과 조직 정비 등에 나섰다.
그러나 증권사들의 이 같은 노력과 달리 막상 금감원은 심사 절차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가급적 연내에 심사결과가 나오는 것을 목표로 신청회사들에 대한 심사를 신속하고 차질없이 진행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현재 발행어음 실지조사(실사)가 예정된 곳은 키움증권과 하나증권 두 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증권과 신한증권, 삼성증권의 경우 제재심의 등 절차 탓에 인가 심사 절차가 다소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모험자본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기조가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폭넓고 원활한 인가 절차가 필수적이다. 증권사의 투자 확대에는 발행어음·IMA 라이선스 획득이라는 조건이 밑바탕에 있기 때문이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생산적 금융은 높은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증권업계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며 "발행어음·IMA 인가가 원활하게 이뤄져 많은 종투사가 참여한다면 모험자본 공급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