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브랜드 발굴·현지 유통망 지원
K-패션 글로벌화로 실적반등 모색
도쿄 시부야서 런웨이·팝업 스토어
오모테산도 쇼핑거리 등 정규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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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들은 정체된 국내 시장 대신 K-콘텐츠 인기로 한국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일본을 새로운 돌파구로 삼고 있다. 특히 일본 MZ세대 사이에서 K-팝, K-드라마와 함께 K-패션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백화점들은 자사가 발굴하고 큐레이션한 신진 한국 패션 브랜드를 일본 시장에 선보이며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단순한 수출을 넘어 현지 유통망 구축, 팝업스토어 운영, 패션 위크 참가 등 다각도의 진출 전략을 구사하며 K-패션의 글로벌화와 함께 백화점 자체의 해외 사업 확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신세계백화점의 편집숍 브랜드 '신세계 하이퍼그라운드'는 오는 17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도쿄 시부야의 랜드마크 쇼핑몰 '시부야109'에서 K-패션 브랜드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시부야109 1층과 8층에서 열리는 팝업스토어에는 에핑글러, 홀리인코드, 레터프롬문, 무센트, 몽세누, 쓰리투에이티, 프루아 등 7개 브랜드가 참여한다. 무센트를 제외한 6개 브랜드는 신세계 하이퍼그라운드와 함께 처음 일본에 진출한다.
특히 오는 19일에는 시부야 패션 위크의 메인 이벤트인 '시부야 런웨이'에 참가해 7개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를 선보인다. 런웨이는 하루 평균 유동인구 300만명이 넘는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 바로 옆 도로에서 진행돼 수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행사에서 K-브랜드를 집중 조명하는 특집무대 'SEOUL LOOK'이 마련되는 것은 시부야 런웨이 역사상 처음이다.
박상언 신세계백화점 뉴리테일 담당은 "시부야 런웨이 참가와 시부야 중심가 랜드마크 팝업스토어를 동시에 활용해 K-패션의 위상을 강화할 것"이라며 "신세계 하이퍼그라운드는 한일 패션계의 교류를 촉진하고 K-브랜드 마중물의 역할을 지속하겠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도 일본을 시작으로 해외 영토 넓히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9월 일본 도쿄 파르코 시부야점 4층에 '더현대 글로벌' 정규 리테일숍을 업계 처음으로 오픈했다. 현대백화점은 내년 상반기 도쿄의 패션 중심지인 오모테산도 쇼핑 거리에 약 660㎡(200평) 규모의 대규모 플래그십 스토어를 추가로 오픈하는 등 향후 5년간 일본에서 총 5개 리테일숍을 개점할 계획이다.
파르코 시부야점의 더현대 글로벌 매장은 1~2개월 단위로 브랜드가 바뀌는 로테이션 운영 방식으로, 첫 브랜드는 K팝 아이돌 가수들이 착용해 유명세를 탄 신진 컨템포러리 브랜드 '트리밍버드'가 선정됐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파르코 시부야점에서 K브랜드 23개를 소개하는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는데, 12개 브랜드가 매출 1억원 이상을 달성했으며 상위 5개 브랜드 매출 평균이 3억1300만원을 기록했다.
백화점업계가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는 것은 내수 시장의 한계 때문이다. 지난 2분기 백화점 3사의 패션 매출은 명품을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패션은 백화점 전체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카테고리임에도 소비 심리 위축으로 역성장을 기록하며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2분기 패션 수요 위축이 실적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고, 현대백화점 역시 시계·주얼리를 제외한 전 상품군, 특히 패션 부문의 판매 부진을 겪었다.
신세계의 2분기 백화점 순매출액은 6285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709억원으로 13.3% 줄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도 순매출액은 5901억원, 영업이익은 69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6%, 2.3% 감소했다. 롯데쇼핑의 국내 백화점 부문 순매출액도 7862억원으로 전년 대비 2.7% 줄었다.
증권가는 백화점 업계의 3분기 실적이 2분기보다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의 연결 기준 3분기 순매출 전망치는 1조63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6%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1046억원으로 12.49% 늘어날 전망이다. 이 중 백화점 부문만 보면 기존 점포의 신장률이 명품과 패션 등을 중심으로 6~7% 성장했으나, 점포 리뉴얼에 따른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은 전년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분석이다.
현대백화점의 3분기 연결기준 순매출액 전망치는 1조2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7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영업이익은 800억원으로 23.89% 급증할 전망이다. 백화점 부문만 놓고 보면 기존 점포 성장률 반등과 패션 장르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 보고서를 통해 "전년 대비 주말 일수가 부족함에도 민생회복쿠폰, 외국인 효과 덕분에 소비 촉진이 이루어지며 양호한 3분기 실적을 기대한다"며 "3분기 백화점 기존점 성장률이 관리기준 기준 5%로 2분기 대비 반등하면서 패션 장르 매출 증가로 백화점 부문의 호실적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