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ETF 올해 첫 1조 돌파
금값 상승·조선업 호황 영향도 한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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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ETF 시장의 총 순자산은 지난 14일 기준 257조원으로, 전년 동기(162조원) 대비 58.6% 증가했다. 이 가운데 순자산 1조원 이상 ETF는 지난해 10월 14일 38개에서 올해 59개로 21개(55%) 늘었다.
1조원 이상 ETF가 전체 ETF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지난해 같은 날 전체 ETF 898개 중 38개(4.2%)였던 비중은, 올해는 전체 1029개 중 59개(5.7%)로 늘었다. ETF 시장이 커지는 동시에 상위 상품으로의 자금 집중 현상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순자산 규모가 가장 큰 ETF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S&P500'이다. 이 상품은 순자산 10조1027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ETF 가운데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했다. 2020년 8월 상장 이후 약 5년 만이다.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대표는 "최근 미국 증시가 인공지능(AI) 열풍과 대형 기술주의 실적 호조,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S&P500 지수 추종 ETF에도 자금이 몰렸다"고 분석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TIGER 미국S&P500 ETF는 지난해 11월 순자산 5조원을 넘긴 뒤 불과 11개월 만에 두 배로 성장했다.
순자산 증가 폭 기준으로 보면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머니마켓액티브'가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2조1630억원이던 순자산이 올해 8조7550억원으로 늘어, 1년 새 6조5810억원(약 305%) 증가했다. 뒤이어 TIGER 미국S&P500이 4조원대에서 10조원대로 2배 이상, KODEX 200은 6조원대에서 9조원대로 50%가량 늘었다.
특히 국내 반도체 업종 강세에 힘입어 KODEX 반도체 ETF가 새롭게 '1조 클럽'에 합류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반도체주가 랠리를 이어가면서 투자자 자금이 빠르게 유입된 결과로 풀이된다. KODEX 반도체의 순자산은 1조498억원으로, 국내 반도체 ETF 가운데 올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2006년 상장된 이 상품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형주뿐 아니라 한미반도체, 리노공업 등 핵심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까지 담고 있어 반도체 산업 전반에 분산 투자할 수 있는 구조다. 올해 들어 수익률이 82.2%에 달하면서 개인과 보험사 등 기관 투자자 모두 매수세를 확대하고 있다.
이대환 삼성자산운용 매니저는 "AI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 수요 회복세가 맞물리며 반도체 업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KODEX 반도체는 대표주뿐 아니라 핵심 소부장 기업까지 함께 담아 산업 전반의 성장 기회를 효율적으로 포착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ACE KRX금현물(2조6140억원), SOL 조선TOP3플러스(1조6822억원), TIGER 차이나항셍테크(1조1920억원) 등이 새롭게 1조 클럽에 합류했다. 금 가격 상승, 조선업 호황, 중국 기술주 반등 등 다양한 요인이 자금 유입을 이끌은 것으로 분석된다.
ETF는 여러 자산에 분산 투자해 위험을 낮추면서도 시장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식처럼 실시간 매매가 가능하고, 운용보수가 일반 펀드보다 낮아 비용 부담이 적은 점도 투자 매력으로 꼽힌다. 또한 구성 종목과 비중이 투명하게 공개돼 투자자가 투자 내역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95.47포인트(2.68%) 오른 3657.28에 거래를 마치며 역대 최고점을 새로 썼다. 장중에는 한때 3659.91까지 오르며 장중과 종가 모두 사상 최고치를 또다시 갈아치우는 기록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