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석·정가은·이신향이 더한 세대 교차 캐스팅, 유쾌한 항공 코미디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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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1일, 대학로에 새로 문을 여는 스타릿홀의 개관 특별공연으로 막을 올리는 이 작품은 한국 코미디 연극의 스테디셀러이자, 세대를 넘는 웃음의 클래식으로 돌아온다.
프랑스 극작가 마르크 까몰레티의 원작 'Boeing-Boeing'을 한국 정서에 맞게 번안한 '보잉보잉'은 2001년 초연 이후 5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대학로 대표 코미디로 자리 잡았다. 이어 2008년 브로드웨이 리바이벌 무대에서는 토니상 최우수 리바이벌 작품상과 남우주연상(마크 라이런스)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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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번 시즌이 '스페셜'이라 불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신축 공연장 스타릿홀의 첫 개막작이라는 상징성, 그리고 세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캐스팅이다. 연출을 맡은 극단 두레의 손남목 대표는 "조금 더 세련되고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는 공연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관객이 웃다가 지칠 수 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보여줄 계획"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이번 무대는 단순한 재공연이 아니라, 세대의 감각과 웃음의 호흡이 교차하는 현장이다.
관객의 시선이 가장 먼저 머무는 인물은 단연 피옥희 역의 이경실이다. 1990년대 코미디 전성기를 이끈 MBC 공채 1기 코미디언, 그리고 수많은 예능 무대의 중심이었던 그는 오랜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다. 이경실은 '무대는 제게 늘 돌아가고 싶은 고향 같은 곳이에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피옥희'라는 인물을 통해 단순히 웃음을 주는 것을 넘어, 사람 냄새 나는 캐릭터로 관객과 함께 호흡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특유의 직설 화법과 생활 밀착형 유머로 극의 리듬을 이끌며, 웃음의 온도를 높이는 중심축이 될 예정이다.
손남목 연출은 그를 두고 "피옥희는 단순 조연이 아니라 극의 흐름을 주도하는 핵심 캐릭터이며, 이경실 배우의 대체 불가능한 유머 감각이 작품의 새로운 변신을 완성할 것"이라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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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석은 "'서울의 별'로 처음 무대에 섰을 때의 떨림이 아직 생생합니다. 이번 '스페셜 보잉보잉'은 또 한 번의 성장의 기회가 될 것 같아요. 관객들에게 즐거움과 웃음을 드릴 수 있도록 무대 위에서 더 잘 놀겠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연출은 그를 두고 "멋스러운 외모에 밉지 않은 착한 매력을 지녔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의 솔직한 리액션이 조지섭 캐릭터와 놀라울 만큼 닮았다"며 신뢰를 보였다.
박준석은 '비행 스케줄에 맞춰 세 명의 약혼녀 사이를 오가며 아슬아슬한 연애를 펼치는 남자' 조지섭을, 전형적 코미디의 틀을 벗어나 '엉뚱하지만 밉지 않은 인물'로 재해석한다. 완벽히 짜인 일상에 우연이 충돌하는 순간, 그의 표정과 리듬이 웃음의 타이밍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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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세대와 개성이 한 무대에서 교차하며, 익숙한 웃음에 새로운 리듬을 더한다. 젊은 에너지와 관록의 연기력이 맞닿는 이번 시즌은, 마치 이륙을 준비하는 항공기의 엔진음처럼 기대감으로 진동한다.
'보잉보잉'의 서사는 단순하지만 완벽하게 계산된 코미디의 구조 위에 놓여 있다. 한 남자가 각국의 비행 승무원 약혼녀 셋과 비밀 연애를 이어가며, 비행기 운항표처럼 삶을 스케줄화하지만, 악천후로 비행이 모두 결항되면서 세 약혼녀가 동시에 집에 들이닥친다. 균형을 유지하려 애쓰던 질서가 무너질 때 터져 나오는 연쇄 반응의 웃음, 그것이 '보잉보잉'의 본질이다.
이번 '스페셜' 버전은 이 단순한 해프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인물 간의 관계를 더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손남목 연출은 "관객이 자연스럽게 몰입해 웃을 수 있는 공연, 웃음 뒤에 남는 따뜻함이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전한다.
'스페셜 보잉보잉'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바로 '리듬'이다. 대사와 동선이 빠르게 교차하고, 순간의 오해가 연속적 웃음으로 이어지는 도어파스(door farce)의 전형적 구조 속에서, 배우의 타이밍과 관객의 반응이 하나로 맞물린다. 이경실이 말한 "무대 위에서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역할"이라는 표현은 이 작품의 본질을 가장 잘 요약한다. 결국 웃음이란 관객과 배우가 동시에 타이밍을 맞추는 '공동의 리액션'이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대학로의 밤을 밝히는 웃음이 있다면, 그것은 '보잉보잉'의 시간 때문이다. 수많은 배우가 오르고, 수백만 명의 관객이 웃고 떠난 그 무대가 이제는 새로운 얼굴과 함께 또 한 번의 이륙을 준비한다.
비행기의 조종석에 선 남자와 그를 둘러싼 세 여성, 그리고 그들의 곁에서 관객과 눈을 맞추는 한 중년 여성이 있다. 그들의 대사 사이로 날아드는 웃음은 오래된 코미디의 향수이자, 오늘의 관객에게 건네는 위로다. 가을, 대학로의 하늘 위로 '스페셜 보잉보잉'의 비행이 다시 시작된다. 웃음은 언제나 새로운 출발의 신호다. 대학로의 하늘 위로 다시 떠오르는 이 코미디의 비행은, 오래된 무대의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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