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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간호사 심리상담 전문가 집단 출범한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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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원 기자

승인 : 2025. 10. 22. 18:00

강혜원_사진
"개인의 심리 치유만으로는 태움 문화를 바꿀 수 없습니다."

지난 21일 대한간호협회가 주최한 '간호사 심리상담 전문가단' 발대식에서 한 전문가가 밝힌 말이다. 고질적인 '간호사 태움 문화'에 협회가 심리상담 시스템 마련에 발벗고 나섰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없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안된다는 뜻으로 읽힌다. '태움'은 말 그대로 후배 간호사를 재가 될 때까지 정신적으로 몰아세우는 조직 내 괴롭힘을 뜻한다. 간호사 태움 문화의 실태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태움 문화가 처음으로 공론화된 시점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8년 '빅5' 병원 소속 신입 간호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간호사 조직 문화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아직까지 태움 문화로 호소하는 간호사들이 여전한 실정이다. 실제로 간호협회가 집계한 인권침해 상담 건수 중 70%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내용이었다.

문제는 피해자들이 호소할 수 있는 창구가 유명무실하다는 점이다. 피해자 10명 중 7명은 '태움 피해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이유는 '환경에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간호사들의 태움 주범은 선임간호사로 꼽혔다. 피해자 절반 이상이 선임간호사로부터 폭언과 갑질을 당했다고 전했다. 이렇듯 조직 내 불이익이나 보복이 두려워 말하지 못한 간호사들까지 포함한다면, 실제 피해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분석된다.

태움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피해자 보호 체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다수 병원이 문제 해결보다 내부 징계로 넘기고, 외부의 공정한 조사나 개입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의료기관 인증평가' 제도로 모니터링을 받을 수 있지만, 많은 병원이 평가를 받지 않았다. 인증받지 않은 병원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조차 없어 현재 국가의 지속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여전히 태움 문제에 대한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인권침해나 괴롭힘을 막겠다는 제도들을 언급했지만, 실제로 시행되는 경우는 드물다. 지난해 9월 제정된 간호법 중 인권침해 관련 조항을 살펴보면 보건복지부의 예방교육과 정부에 신고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이다. 이런 상황에서 간호협회가 전문가 집단을 만든 건 현장에 체감되는 보호 장치가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간호협회는 이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 제도 개선안을 여러 차례 제안했지만 적극적으로 추진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에서 근무하는 김 간호사(26)는 "환자를 상대하기에 간호조직은 완벽성을 추구할 수 밖에 없다"며 "완벽함을 요구하면서 열악한 환경이 뒷받침되는 건 조직원에게 현장을 떠맡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간호사는 의료현장의 핵심 인력이다. 태움 문화가 근절되지 않는다면 현장을 떠나는 간호사는 늘고 의료서비스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때다.
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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