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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비판에 기꺼이 귀 기울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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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식 기자

승인 : 2025. 10. 23. 06:00

아시아투데이_주성식
주성식 전국부장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린다." 작금의 지구촌 상황을 한 마디로 표현하는데 있어 이 속담만큼 적절한 것도 없으리라. 이미 눈치를 채셨겠지만, 여기서 언급한 미꾸라지란 바로 미국의 47대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다.

그는 지난 1월 공식 취임하기 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를 공포에 휩싸이게 하더니 급기야 4월 들어서는 자신이 공언한 대로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교역국은 물론 사람이 살지 않고 펭귄만 있는 남극 근처 허드 맥도널드 제도에까지 25% 이상의 상호관세 폭탄을 투하하는 '무모함(이라 쓰고 무도함이라고 읽는)'을 거침없이 과시했다.

하지만 관세보다 더 사람들을 우려스럽게 하는 것은 트럼프 재집권 이후 미국의 민주주의가 크게 후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스웨덴 스톡홀름에 본부를 둔 국제 민주주의·선거지원 기구(IDEA)는 지난달 중순 발표한 '2025년 세계 민주주의'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정상적 법 절차 회피, 시위활동 불법화, 학술자유 제한 등 트럼프 재집권 이후 미국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사례에 대한 20건의 경보를 발령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사례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언론 접근의 선택적 제한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자신의 정책을 비판하는 AP통신,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CNN 등 주류 매체 보도에 소송을 제기하는 등 날선 각을 세워왔다.

여기에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그 자신이 언론인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펜타곤 출입기자들에게 '승인받지 않은 정보를 노출할 경우 출입 권한을 박탈한다'는 서약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하는, 이른바 미국판 보도지침 논란을 일으키는 등 그를 각료로 발탁한 주군(?) 못지 않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

전국부장 신분으로 지방 뉴스를 관장하고 있는 필자가 굳이 머나먼 태평양 건너 미국의 '언론 전쟁' 이야기를 들먹이는 이유는 바로 국내 풀뿌리 민주주의 현장에서도 광역 지방자치단체가 비판 보도를 빌미로 특정 언론사에 광고 중단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최근 제기됐기 때문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지난 20일 세종특별자치시청에서 열린 세종시 국정감사에서 한 지역 언론사에 대한 광고 집행 중단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최민호 시장의 유럽 출장과 관련한 비판 보도 이후 시 집행부에 해당 언론사에 대한 광고 중단 압박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은 "만약 이 같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지방정부가 언론 자유를 침해한 심각한 사안"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 보수정권 때마다 불거졌던 언론에 대한 '입틀막'이 중도보수를 표방한 이재명 정부 들어서도 여전히 뿌리 뽑히지 않고 있다는 점은 가히 충격적이다. 부디 "광고 중단을 지시하거나 압박한 사실이 없다. 광고비는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집행됐다"는 최 시장의 해명이 사실이길 바라본다. 자고로 훌륭한 공직자란 비판에 기꺼이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하는 법. 비판은 비난이 아니다.
주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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