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패권전쟁에 글로벌 불안요소↑
컨트롤타워 부회장단 중요성 커져
성장궤도 이끈 성과형 리더 승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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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이날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를 시작으로 주요 계열사들의 경영성과를 점검하고 내년도 사업전략을 논의하는 사업보고회를 약 한 달 동안 실시한다. 사업보고회 기간 구광모 회장은 각 계열사들로부터 사업보고를 받는다. LG그룹은 사업보고회 내용을 토대로 통상 11월 연말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단행한다. 지난해의 경우 10월 21일 사업보고회에 돌입했고, 11월 21일 정기인사를 발표한 바 있다. 올해에는 경영 불확실성에 신속히 대응하는 차원에서 예년보다 앞당길 가능성이 높다.
최대 관심사는 부회장단 확대 여부다. 그룹 안팎에선 이번 사업보고회에서 부회장단 규모를 늘리는 내용이 나올지 촉각을 곤두세운다. LG그룹은 2024년부터 권봉석 LG 부회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의 투톱 체제를 유지 중이다. 이는 '실용주의'를 중시하는 구 회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임원 조직을 간소화해 재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2018년 구 회장 취임 당시 6명에 달했던 부회장단은 2023년 말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2인으로 줄었다. 당초 지난해 정기인사를 앞두고 새로운 인물이 부회장단에 합류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결국 부회장 승진자는 나오지 않았다.
다만 올해에는 미·중 패권 경쟁 등 그룹 전반에 악영향을 주는 불안 요소들이 발발하면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부회장단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일례로 그룹 주축인 LG전자는 올해에만 3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주력인 생활가전과 TV 수요가 몰리는 상반기에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000억원 이상 감소하면서 전 사업본부를 대상으로 희망퇴직까지 시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급격한 통상환경 변화에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선 부회장급 인사를 통해 자율·책임경영을 강화하는 것이 방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력한 후보자로는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꾸준히 거론되는 중이다. 2021년부터 LG전자를 이끌고 있는 조 사장은 외형 성장과 질적 성장을 동시에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1년 약 74조원이었던 연간 매출은 지난해 역대 최고치인 약 88조원까지 뛰었다. B2B 중심의 체질개선에 주력하면서 신사업도 빠르게 성장궤도에 올려놓고 있다. 미래먹거리로 낙점 HVAC(냉난방공조) 사업 강화를 위해 올해 6월 노르웨이 온수 솔루션 기업 OSO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핵심 과제로 여겨졌던 인도법인 상장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2023년 말 LG디스플레이 구원투수로 등판한 정철동 사장의 승진 여부도 관심사다. 장기간 적자에 시달렸던 LG디스플레이는 정 사장 체제에서 고강도 체질개선에 나서면서 올해 4년 만에 흑자전환이 점쳐진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LG와 같이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에서 부회장단은 각 계열사를 그룹핑해 보다 세밀하게 미래 전략을 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비롯해 유연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