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0%↓·손실 50억↓, 효율 경영 본격화
비용 줄이고 매장 키우는 ‘선택과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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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일레븐은 지난 2022년 일본 이온그룹이 보유하던 '미니스톱(한국미니스톱)'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당시 2600여 개 매장을 편입해 업계 점유율을 끌어올리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인수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22년 1만4265개였던 점포 수는 2023년 1만3237개, 2024년 1만2152개로 지속 감소했고 수익성도 동반 하락했다. 인수 이후 인건비와 관리비 부담이 커지면서 매출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다.
점포 확장의 한계는 업계 전반의 흐름과도 맞물린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편의점 3사(GS25·CU·세븐일레븐)의 매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0.5% 줄었다. 전국 점포 수가 5만개를 넘어서며 상권 포화가 심화됐고, 일부 지역에서는 신규 출점보다 폐점 속도가 더 빨라지기도 했다.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얼마나 많이 여느냐'보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가 경쟁의 기준이 된 셈이다.
이에 세븐일레븐이 내놓은 해답은 새 가맹모델 '뉴웨이브'다. 지난해 10월 선보인 이 모델은 30평 이상, 층고 3m 이상의 공간을 활용한 복합 콘셉트 스토어로, 기존의 간식·음료 중심 매출 구조를 탈피했다. 푸드부터 신흥 콘텐츠인 패션·뷰티에 이르기까지 고객 맞춤형 MD 구성과 존(Zoning)을 통한 배치로 쇼핑 편의성을 높였다.
지난 8월 문을 연 뉴웨이브 중계점의 경우 학생층이 많은 상권 특성을 반영해 3000~5000원대 가성비 화장품과 1만원 미만의 패션 상품을 강화했다. 또 학원가 이용 고객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시식 공간을 일반 점포 대비 두 배로 확장하고, 카운터도 40% 넓혀 치킨·피자·아이스크림 등 즉석식품을 즐길 수 있는 '푸드스테이션'을 마련했다.
상권 맞춤형 전략이 효과를 내면서 출범 1년 만에 '뉴웨이브'는 세븐일레븐의 핵심 수익 모델로 자리 잡았다. 점포당 핵심 카테고리 매출은 일반 매장의 최대 15배까지 높아졌고, 소비자 체류 시간 증가로 부가 매출도 확대됐다. 현재 종각점을 비롯해 전국 5개 점포가 운영 중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이제 편의점은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행위를 넘어 소비자들에게 공간과 경험을 선사하며 소비와 놀이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며 "뉴웨이브는 이를 위해 일상 속에서 맛, 문화, 콘텐츠 등 전 영역에 걸쳐 모든 세대가 공감하며 이용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진화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재무지표도 점차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세븐일레븐 운영사 코리아세븐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2조3866억원, 영업손실은 427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보다 10.1% 감소했으나 손실 폭은 50억원 줄었다.
점포 재편과 비용 절감 효과도 확인됐다. 같은 기간 매출원가는 1조88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고, 판매관리비도 7% 줄어든 5459억원을 기록했다. 판매촉진비와 수수료 등 마케팅 관련 비용 역시 약 2.5% 줄어들며 비용 구조가 개선됐다.
세븐일레븐은 뉴웨이브 모델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수익성과 브랜드 차별화 면에서 모두 성과를 냈다는 판단에서다. 명동점을 시작으로 '뉴웨이브명동대로점'과 '뉴웨이브대전롯데점'을 추가 오픈하며, 연내 비수도권 주요 거점으로 확장한다.
이날은 '뉴웨이브 플러스' 명동점을 새롭게 오픈했다. 기존 '뉴웨이브' 매장에 오감형 콘텐츠를 더해 K-푸드·K-패션·K-팝을 한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하이퍼 컬처 플랫폼'으로 발전시킨 것이 핵심이다. 명동 상권의 특성을 고려해 외국인 관광객을 주 타깃으로 한 체험형 매장으로 구성했다. 110평 규모의 서울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에는 라면·기념품·패션소품 등 K콘텐츠를 전면 배치했다.
K팝 팬덤존인 '후즈팬 스토어'는 점포 면적의 10% 이상인 15평 규모로 가장 크게 선보인다. 'K-기념품존'에서는 홍삼팩 등 건강식품을 비롯해 과자·믹스커피·라면·떡볶이 등 외국인 선호 상품과 한국의 정서가 담긴 키링, 기념품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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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세븐일레븐은 이달 조직 효율화를 위한 두 번째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1988년 법인 설립 이후 지난해 처음 시행한 데 이어 2년 연속된 구조조정이다. 편의점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브랜드 차별화와 점포 효율화 중심의 구조 재편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