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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농협에 홈플러스 떠넘긴 정치권… 농업적 이점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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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정영록 기자

승인 : 2025. 10. 30. 18:12

[2025 국감] 농림축산식품부 및 소관기관 종합감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28일 농림축산식품부·농협중앙회 등에 대한 종합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송의주 기자
정영록 증명사진
정영록 경제부 기자.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농협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 인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당 위원들은 국산 농산물 판로 확보 등을 이유로 이같은 요구를 전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도 관련 내용을 농협과 협의해보라는 제안이 전달됐다.

정치권 논리는 단순하다. 농협이 국내 업계 2위였던 '유통 공룡'을 인수하면 국산 농산물 유통망이 넓어진다는 것이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홈플러스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홈플러스 농식품 매출액은 3조700억원에 달했다. 이 중 국산 농축산물 매출액은 1조8813억원으로 나타났다. 당해 서울 가락시장 거래액의 30% 수준이다. 홈플러스의 공백은 해당 판로가 무너지는 것과 같기 때문에 농협이 나서야 한다는 명분이다.

결론부터 보자면 농협은 홈플러스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고, 관련 계획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 경제지주가 운영하고 있는 유통 부문 적자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부실을 떠안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농협의 홈플러스 인수는 '유통망 확장'이 아닌 '부실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기준 농협하나로유통·농협유통 등 유통 계열사 두 곳의 적자 규모는 약 750억원으로 집계됐다. 온라인 시장 성장과 오프라인 정체 등 유통환경 및 소비패턴 변화에 따른 사업 침체가 원인으로 분석됐다. 경제지주 계열사가 운영하는 하나로마트 60여곳 중 절반은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농협이 민간 대형마트를 인수해야 하는 당위성도 낮다. 농협은 농업 경쟁력을 강화시켜 농업인(조합원)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기본 목표다. 홈플러스는 가전·의류·생활용품 등 비농업 분야 판매 비중이 높고, 영화관·푸드코트 등이 다양하게 구성된 복합유통기업이다. 홈플러스 인수가 농산물 유통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는 것은 일부 식품 판매 기능을 확대한 단편적 접근이다.

농협의 조합원 중심 경영 원칙을 흔들어선 안 된다. 농협이 추진하고 있는 모든 금융·경제 사업은 농업인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수조원대 자금을 홈플러스 인수에 투입할 경우 한정된 예산 구조상 사업 우선순위 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농업인에게 돌아간다.

농협의 에너지는 농업 경쟁력 강화와 농산물 유통혁신에 집중돼야 한다.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현대화를 비롯해 농협몰·라이블리 등 온라인 플랫폼 고도화, 농가소득 제고, 농협 수익성 개선 등 현안이 산적하다.

농협은 '부실기업 소방수'가 아니다. 고령화·인구소멸·이상기후 등 우리 농업·농촌이 직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한다. 농업의 미래는 홈플러스 매장이 아닌 논과 밭 등 현장에 있다.
정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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