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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삼성’ 속도내는 이재용 회장… 컨트롤타워 재정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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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기자

승인 : 2025. 11. 09. 17:47

사업지원TF '사업지원실'로 격상
초대 사업지원실장에 박학규 사장
중장기사업 전략·조직관리 등 수행
연말 대규모 세대교체 가능성 무게
이 회장 등기이사 복귀 신호탄 해석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해소된 이후 삼성이 그룹 컨트롤타워 재정비에 나섰다. 미래전략실 해체 뒤 한시 조직으로 운영되어 온 사업지원TF가 상설조직 '사업지원실'로 격상됐고, 정현호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이 회장 중심의 '뉴삼성' 체제가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주요 계열사 사장단에 대한 경영 평가를 조만간 마무리하고 이르면 이달 중순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이번 인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해소된 이후 처음 실시되는 정기 인사로, '뉴삼성' 체제의 방향성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정현호 부회장을 회장 보좌역으로 보임하고 사업지원TF를 사업지원실로 전환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초대 사업지원실장은 박학규 사장이 맡았다. 박학규 사장은 삼성 내 대표적인 기획·재무 전문가로 꼽힌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심을 가져 KAIST 경영학과 대학원으로 진학해 '대화형 의사결정 시스템'을 연구했다. 이후 전략기획실, 구조조정본부, 경영지원실 등을 거치며 데이터와 분석 기반의 의사결정 체계를 강조해 왔다. 삼성 측은 "조직 체계를 안정화하고 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2017년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사업지원TF를 이끌며 그룹 내 주요 현안과 전략 조율을 담당했다.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로 경영 활동에 제약을 받던 시기에는 사실상 그룹의 '2인자'로서 계열사 간 의사결정과 리스크 관리의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비상경영체제가 마무리되고 이 회장 중심의 정상 경영 체제가 본격화될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은 이번 개편을 통해 중앙집중형 조직 구조로 돌아가지 않으면서도 컨트롤 타워 기능을 제도적으로 복원했다. 사업지원실 산하에는 전략팀·경영진단팀·피플팀이 새로 꾸려졌다. 전략팀은 그룹의 중장기 사업 전략을 담당하고, 경영진단팀은 재무와 리스크를 관리하며 피플팀은 인사 및 조직 관리 기능을 수행한다. 사실상 '조율 기능을 가진 경영지원 컨트롤타워'가 복원된 셈이다. 특히 사람 중심의 미래전략실과 달리 현재는 경영진단실과 전략팀을 중심으로 성과와 데이터에 기반한 경영 관리 체계가 자리 잡았다. '미전실 부활'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실질적인 조율 기능을 강화한 '포스트 컨트롤타워' 모델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직개편을 연말 사장단 인사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이 올해 초부터 '혁신'을 강조해 온 만큼 대규모 세대교체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특히 노태문 DX부문장 직무대행(사장)이 정식 부문장으로 승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AI 드리븐 컴퍼니(AI Driven Company)를 내세운 이 회장의 경영 기조에 따라 AI 관련 조직의 그룹장 역시 상무급에서 임원급 이상으로 격상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실적 흐름이 안정적이고 주요 사업의 턴어라운드가 가시화된 만큼 이번에는 인사의 폭이 과거보다 더 넓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번 인사는 삼성의 실적 회복세와도 맞물린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86조1000억원, 영업이익 12조1000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메모리 반도체 부문이 HBM(고대역폭메모리)과 DDR5 수요 확대로 빠르게 회복했고 스마트폰·가전 등 세트사업도 프리미엄 중심으로 안정세를 되찾았다. 지난해 4만원대까지 하락했던 주가는 올해 11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 같은 실적 반등은 사업지원TF가 경영 안정과 리스크 관리 역할을 수행하며 '뉴삼성' 체제의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와도 맞닿아 있다.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난 이 회장은 최근 국내외 주요 투자와 글로벌 협력 일정을 잇따라 소화하며 경영 전면에 복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경주에서 열린 APEC CEO 서밋 및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참석 등 대외 활동도 확대됐다. 오는 14일 방한하는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과의 회동도 예정돼 있다. 이와 맞물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가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는 결국 이사회 판단이 중요하지만, 실적과 리더십 모두 입증된 만큼 내부에서도 복귀 명분이 충분하다는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김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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