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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청춘’을 지나 ‘깊은 깨달음’으로… 도원경, ‘재창조된 자신’을 무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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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찬 선임 기자

승인 : 2025. 11. 11. 08:08

"음악 없이는 존재 못 해" 아버지 투병이 내린 절박한 결단, 30년 끝에 다시 노래하다
강렬함과 섬세함의 조화… 'Love Hunger', '나의 꿈을 향하여'로 완성한 록 스펙트럼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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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본인 제공
다시 무대에 서기 위해 오랜 시간을 돌아왔다. 오랜 시간 음악을 손에서 놓았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 자리에서 완전히 멀어진 적은 없었다. 노래를 하지 않을 때에도, 목소리는 조용히 안쪽에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올해, 대한민국 최초의 독보적인 여성 록커 도원경은 오랜 공백을 지나 다시 음원을 내고, 조용하지만 확실한 걸음으로 무대 앞에 선다. 데뷔 30년이 넘은 시간 끝에서 다시 시작되는 이 복귀에는 단순한 활동 재개를 넘어선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한 시절을 살아낸 목소리가 이제 삶의 깊은 깨달음을 담아 사람들 앞에서 울릴 준비를 마쳤다는 것이다.

◇ 최초 여성 록커의 탄생: 강렬함과 섬세함 사이

1993년, 도원경이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했을 때,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여성 보컬이 록을 전면에 내세우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자연스레 '여성 록커'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그는 그 시절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한다.

"1993년 데뷔 당시 저를 따라다녔던 '여성 록커'라는 수식어는 솔직히 처음에는 상당한 부담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타이틀은 저에게 일종의 사명감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그 수식어는 제가 무대 위에서 록이 가진 특유의 강렬한 에너지를 관객분들에게 온전히 보여드리기 위해 더욱 노력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의미이자 동력이 되었습니다."

그 수식어는 스스로에게 부여한 기준이자 넘어야 할 목표가 되었다. 무대에서 기대되는 힘과 에너지를 위해 그는 매번 자신의 한계에 도전해야 했고, 그 극한에서 거칠고 뜨겁지만 감정을 그대로 실어 올리는 독특한 음색을 완성했다.

'성냥갑 속 내 젊음아'는 폭발적인 외침 속에 흔들리던 청춘의 속도와 방향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곡이다. 그는 이 곡에 대해 "당시 제 마음속에 가득했던 청춘의 불안정하고 흔들리는 메시지를 그대로 담고 싶었어요. 사실 그 이야기가 곧 제 자신의 자화상이기도 했고요. 하지만 방황하더라도 결국에는 꿈과 목표를 가지고 앞만 보며 달려가자는 희망도 함께 전하고 싶었습니다."라고 회고했다. 이 곡의 정서는 혼란을 인정하면서도 앞으로 향하려는 힘, 무대 위에 설 수밖에 없는 사람이 가진 절실한 감정에 가까웠다.

대중이 가장 잘 기억하는 '다시 사랑한다면'은 록 발라드의 방식으로 남은 감정의 울림이 서서히 번져간다. 도원경은 "김태원 선배님의 영혼이 담긴 멜로디 자체가 듣는 이의 감정을 깊숙이 파고듭니다. 가사도 누구나 살아오면서 한 번쯤 겪는 사랑과 이별의 감정을 건드렸고요. 거기에 저의 목소리가 곡의 정서와 잘 맞아떨어지면서 그 마음이 더 선명하게 전달됐던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그의 록과 발라드는 단순히 크게 외치거나 조용히 말하는 음악이 아니다. 감정의 진폭을 그대로 옮겨 뜨거울 때는 뜨겁게, 조용할 때는 조용하게 숨기지 않고 보여주는 목소리다. 도원경은 "록의 강렬한 에너지와 발라드의 섬세한 감성은 결국 제 안에 함께 존재하는 것 같아요. 수많은 공연 경험과 밴드 활동을 거치면서 제 안의 폭발적인 힘과 섬세한 표현력을 조화롭게 이끌어내는 법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되었습니다. 무대 위에서 에너지를 표출하고 관객과 소통하는 과정이 이 균형을 완성했어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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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본인 제공
◇ 부재의 시간: 공허함과 회귀의 절박한 이유

그러나 그는 무대 위에서 잠시 물러났다. 음악은 멈춘 듯 보였지만, 그 시간은 단순한 쉼표가 아니었다. 무대를 떠나 있었지만, 부재는 오히려 그의 안을 더 크게 울렸다.

그는 그 시절을 "사업에 집중했던 그 시기는 '역시 내 길은 음악뿐이다'라는 확신을 얻은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무대 위에 서는 사람이었는데, 어느 순간 무대 연출 쪽에 서 있으니까 '아, 나는 여기가 아니구나'라는 걸 절실하게 깨닫게 됐어요. 원래는 '더 멋진 무대를 만들어서 다시 그 무대에 서야지'라고 다짐했지만, 무대의 주인공이 아닌 연출가로 남게 되면서, 음악을 놓고 앞만 보고 살다 보니 제가 무엇을 잊고 있었는지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라고 이야기한다.

겉으로 활동은 멈췄지만, 내면에서는 더 치열한 움직임이 있었다. 음악을 떠나는 순간, 그것이 자신 안에서 차지하는 자리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멀어졌을 때 비로소 음악의 가치가 선명해졌다. "그 시절 가장 크게 자리 잡았던 감정은 공허함과 간절한 그리움이었습니다. 사업을 하면서 음악을 잠시 잊고 살았는데, 다시 노래를 시작하려고 하니 억눌렸던 감정이 터져 나오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때서야 '내가 진짜 원했던 것이 무엇이었나'를 다시 깨닫게 됐던 순간이었어요."

음악을 내려놓았던 시기는 상실감만은 아니었다. 다시 노래해야 하는 이유를 묻고 답하는 과정이었으며, 목소리는 기술이 아닌 진심이고 노래는 습관이 아닌 삶이라는 것을 몸으로 다시 배웠다.

절박한 복귀의 순간 복귀를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는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투병이었다. 그는 "병원에서 아버지가 고통스러워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유한함을 아주 실감하게 됐습니다. 결국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사실 앞에서 '내가 음악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남았을까'라는 두려움이 들었어요.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공백은 단절이 아니라 회귀의 곡선이었다. 이제 그의 목소리는 더 깊고, 더 단단하며, 더 긴 호흡을 담고 있었다. 다시 무대에 서겠다는 결심은 과거나 명예를 되찾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다시 노래하는 일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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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본인 제공
◇ 새로운 결의: 후회 없이 뜨겁게, 꿈을 향하여

돌아온 그는 다시 무대를 향해 섰다. 과거가 뜨거웠다면 지금의 온도는 깊다. 노래는 목소리로부터 다시 시작됐고, 그 목소리는 공백의 시간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결을 갖고 있었다. 이번 컴백에서 도원경은 'Love Hunger'와 '나의 꿈을 향하여' 두 곡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신곡에 담긴 메시지를 "오랜 시간을 돌아 다시 음악 앞에 서게 된 지금, 제가 세상과 나누고 싶은 가장 깊은 메시지는 '현재를 사랑하고 꿈을 포기하지 않는 삶의 의지'입니다. 청춘의 시기는 지났을지라도, 앞으로 남은 삶은 후회 없이 뜨겁게 살고 싶어요. 한 번 잊었던 꿈을 다시는 놓치지 않겠다는 결의가 이번 노래에 담겨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나의 꿈을 향하여'는 오래 돌아왔음을 인정하고 다시 걸어가겠다는 다짐을 건넨다. 공백의 시절 동안 무너지고 다시 세워졌던 흔적이 이 곡에 남아 있다. 정반대 결의 'Love Hunger'는 활력이 넘친다. "'Love Hunger'는 들으면 쉽게 잊히지 않는 리듬과 에너지를 가진 곡이에요. 세대를 아우르며 여러분들이 함께 따라 부를 수 있는 곡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신나는 곡이지만 가볍지는 않습니다. 살아가면서 잃어버리기 쉬운 열정, 설렘, 사랑에 대한 갈망을 담았어요."

이 두 곡은 개인적인 성찰과 외적인 활력을 아우르는 폭넓은 주제를 담고 있다. 이러한 음악적 진폭은 그녀의 복귀가 과거를 답습하는 대신, 현재의 깊은 깨달음으로 새롭게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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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본인 제공
◇ 관객과의 약속과 미래 비전

그녀의 복귀는 조용하고 진솔한 자세로 관객 앞에 선다. 그는 "이번 공연은 진심으로 서로를 마주하고 싶었습니다. 한 분 한 분의 눈을 보며 노래하고 싶었어요. 소극장은 그게 가능합니다. 규모보다 중요한 건 깊이거든요. 팬들과 제가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농밀한 순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라고 강조한다.

또한 그는 무대를 위한 꾸준한 준비를 이야기한다. "록 음악은 체력을 엄청나게 소모합니다. 그래서 몸을 단단히 만들어야 무대에서 에너지를 끝까지 이어갈 수 있어요. 저는 등산과 헬스를 꾸준히 하면서 체력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건강한 육체가 곧 건강한 정신으로 이어지니까요."라고 말한다.

그는 협업 계획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저는 음악적인 경계를 허무는 협업을 통해 저만의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에 가장 큰 매력을 느낍니다. 특히, 지드래곤이나 싸이처럼 강렬한 표현력을 가진 뮤지션, 잔나비처럼 깊은 감성을 가진 밴드와 만나 시너지를 만들고 싶어요. 저의 록 정신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시간이 지나도 울림이 남는 신선하고 파격적인 명품 퓨전 록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결국, 저의 음악에 새로운 자극과 영감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어떤 아티스트와도 열린 마음으로 함께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는 과거를 증명하려는 마음이 아니라, 지금의 자신을 확장하려는 태도를 보여준다.

◇ 사막의 오아시스, 팬들에게 전하는 진심

그는 기다려준 팬들에게 "오랜 시간 묵묵히 저를 기다려주신 팬분들께, 가장 먼저 '진심으로 감사하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멈춰 있었던 시간 동안에도 제 노래를 잊지 않고 기다려주신 분들이 이렇게 많다는 걸 정말 뒤늦게야 알았습니다. 이제 깨닫습니다. 저의 노래를 진심으로 기다려주신 그분들이야말로 제가 다시 무대에 설 수 있는 가장 큰 힘과 용기가 되어주셨습니다. 그 소중한 기다림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이제부터는 더욱 좋은 음악으로 여러분 곁을 떠나지 않겠습니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도원경은 음악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 같은 존재입니다. 제가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 깨닫게 해주었고, 삶의 이유와 활력을 다시 불어넣어 준 절대적인 안식처이자 길잡이입니다. 음악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 저에게 음악은 삶 그 자체입니다."

그가 음악을 떠나고 다시 돌아온 모든 시간은 지금의 목소리 속에 남아 있다. 예전보다 깊고 단단하며 긴 호흡을 담은 목소리. 도원경은 이 성숙한 목소리를 무대 위에 올리며, 천천히, 깊게, 오래도록 타오를 재시작을 알리고 있다.
전형찬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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