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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금융, 생산적 금융에 436조?… 실질 공급 효과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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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욱 기자

승인 : 2025. 11. 12. 17:48

연간 대출규모 따지면 예년수준 그쳐
양적 확장 만으론 실질적 효과 한계
첨단산업 쏠림·좀비기업 확대 우려도
자본시장 연계 '질적 성장' 병행 필요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전환' 기조에 맞춰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그룹이 대규모 자금 투입 계획을 내놓았지만, 실질적인 자금 공급 확대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은 향후 5년간 최소 436조원을 첨단·전략산업 분야에 투입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투입 자금의 대부분이 기업대출에 집중돼 있는 실정이다. 각 금융그룹의 연간 기업대출 증가 규모를 감안하면, 큰 폭의 자금 공급 확대보다는 예년 수준의 연장선에 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기업대출 중심의 양적 확장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한다. 자본시장 부문과의 유기적 연계를 통해 질적 성장을 병행하고, 기업의 성장 가능성 등을 감안해 효율적인 집행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그룹이 향후 5년간 첨단산업 기업 지원 등 생산적 금융 분야에 투입할 자금은 총 436조원에 이른다. 이 중 각 금융그룹이 국민성장펀드에 출자하는 10조원과 7조~15조원 규모의 자체 투자 자금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기업대출 및 융자 형태로 공급된다. 그룹별로 보면 신한금융이 72조~75조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KB·NH농협금융(각 68조원), 하나금융(64조원), 우리금융(56조원) 순이다.

단순 계산 시 각 그룹에서 향후 5년간 매년 11조2000억~15조원 규모의 자금을 생산적 금융 분야에 공급해야 한다. 이에 따라 금융그룹과 주요 은행들은 첨단산업 중심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우량 기업고객 확보를 위해 기업대출 영업 강화에 나서는 중이다.

목표 달성 자체는 어렵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2020년부터 올해 9월까지 5대 시중은행의 연간 기업대출 증가 규모는 약 7조6000억~12조6000억원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각 은행은 내년부터 연 6~7%대의 기업대출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경기 둔화로 기업 부실 리스크가 두드러졌던 올해(2.66%)를 제외하면 최근 5년간 연평균 7% 이상 성장세를 이어왔다. 금융사들의 자금 공급이 극단적으로 커지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각 그룹이 수십조원 규모의 자금 투입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공급 규모는 예년 수준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은 이번 계획의 핵심이 단순한 대출 확대가 아니라 첨단전략산업에 대한 공급 비중을 늘리는 데 있다고 설명한다.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여신 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 관련 대출을 줄이고 IT·제조업 등 전략산업 비중을 늘리고 있다"며 "공급액 대비 전체 기업대출 잔액은 크게 늘지 않더라도, 첨단산업 내 기업과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은 이전보다 유의미하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첨단산업과 특정 기업에 대출이 집중되면 오히려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은행과 금융기관이 일부 산업이나 기업에만 자금을 몰아줄 경우, 다른 산업군의 건실한 기업들은 오히려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구조조정을 통해 시장에서 퇴출됐어야 할 부실기업이 '첨단산업'이란 이유로 무리하게 자금을 지원받으며 연명하는 이른바 '좀비기업'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금융그룹들이 기업대출에 집중하기보다 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단순히 자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대출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산업 전반에 자본을 공급하고 투자 수익을 창출하는 '생산적 금융'의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대출의 부실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금융그룹 차원의 리스크 분산 전략을 통해 대출 확대에 따른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민환 인하대 교수는 "단순히 정부의 요구에 맞춰 천문학적인 액수만 정해놓고 과거와 같은 영업 행태를 한다고 하면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며 "액수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업의 성장 가능성과 시장 경쟁력 등을 전반적으로 판단해 효율적인 자금 배분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재성 숭실대 교수는 "기업대출과 함께 펀드 조성 등을 통해 기업의 성장을 촉진시켜주는 방식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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