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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저스트 메이크업’ 심우진·박성환 PD가 세운 새로운 경쟁의 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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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기자

승인 : 2025. 11. 18. 14:01

손테일 우승으로 시즌1 마무리…K-뷰티 경쟁 기준 재정립
숨은 실력자들에 대한 기대감, 시즌 2 요청도 이어져
박성환·심우진
박성환·심우진 PD/제공=쿠팡플레이
"미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누가 더 예쁘게 했나'로는 평가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미션 적합성'을 기준으로 보자고 정했습니다."

심우진 PD는 18일 오전 서울 소격동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쿠팡플레이 '저스트 메이크업'이 출발한 지점에 대해 이처럼 말했다.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보다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가 더 중요했던 프로그램이었다. 취향과 미감이 엇갈리는 뷰티 장르에서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의 기준을 새로 짜고 그 기준을 시즌 전체에 녹여내는 과정이 '저스트 메이크업'의 기획 의도를 결정지었다.

이 같은 설정은 시청 흐름에서도 흥미로운 변화를 불러왔다. 박성환 PD는 "뷰티를 몰라도 비교 지점이 명확하면 따라갈 수 있다"고 말하며 실제로 남성 시청자 비중이 8배 증가한 이유를 "구조의 힘"으로 설명했다. 단순히 화장을 잘하거나 못하는 문제가 아닌 '조건이 같을 때 누가 미션에 더 가깝게 도달하는가'를 지켜보는 과정 자체가 시청자에게 낯설면서도 직관적인 재미를 줬다는 것이다.

그 흐름은 시즌의 결말까지 이어졌다. 파리 금손은 손테일, 오 돌체비타와 마지막까지 경합하며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전 세계 K-뷰티 아티스트들이 자신만의 해석과 기술로 치열하게 경쟁한 끝이었다. 시청자들은 "K-뷰티의 현재를 압축적으로 보여준 작품"이라고 평했고 미션의 규모·콘셉트·테크닉이 자연스럽게 맞물리며 하나의 쇼케이스처럼 완성됐다.

저스트메이크업
'저스트 메이크업' 단체사진/쿠팡플레이
프로그램의 씨앗은 사실 훨씬 작은 순간에서 시작됐다. 심 PD는 스스로를 "뷰티에 무관심한 사람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조연출 시절 '풀메'를 하고 온 여성 후배가 "요즘은 약속 전 샵을 가거나 기분 전환을 위해 방문한다"고 말하는 걸 듣고 뷰티 문화가 이미 달라져 있다는 사실을 처음 체감했다.

K-뷰티가 세계 시장에서 성장하고, 일상화된 분위기까지 더해지자 "이 변화된 흐름을 새로운 방식으로 다뤄보자"는 기획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렇게 프로그램은 '서바이벌'이라는 구조로 방향을 잡기 시작했다.

기획 의도는 곧 미션 설계로 직결됐다. 60명의 모델을 배치해 가장 공정한 비교가 가능하도록 한 1라운드, 쌍둥이 모델로 디테일 차이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 2라운드, 하나의 모델을 두 팀이 함께 쓰며 협업·완성도를 동시에 확인한 3라운드, 그리고 아티스트가 직접 모델을 데려오는 4라운드까지, 라운드마다 구조를 완전히 바꾸며 '미션 적합성'이라는 기준을 계속 확장했다. 결과 화면은 모두 4K·무보정·정면 고정으로 촬영했다. 박 PD는 "보정이 들어가는 순간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흔들린다"고 설명했다.

참가자 섭외 또한 프로그램의 색을 만드는 중요한 과정이었다. 제작진은 업계 수소문, SNS 탐색, 직접 섭외를 모두 동원해 현직·프리랜서·크리에이터·1세대 아티스트까지 다양한 층위를 불러모았다. 출연을 위해 다시 학원에 다닌 베테랑 아티스트도 있었고 추천을 통해 해외 아티스트들을 확보하며 자연스럽게 '글로벌 K-뷰티'라는 무대를 완성해 갔다.

흥미롭게도 서바이벌 포맷이지만 갈등은 거의 없었다. 두 PD는 "업계 특성상 서로 만날 일이 거의 없어 기본적인 리스펙이 있었다"고 말한다. 아티스트 대부분이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같은 분야의 최정상급 전문가가 모였다는 점이 자연스러운 존중을 만들었다. 제작진은 크리에이터와 샵 아티스트 간의 긴장감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키지 않았다. "관계보다 실력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했다"는 판단이었다.

프로그램의 외형적 구조는 '흑백요리사'에서 참고한 부분도 있다. 심 PD는 "영향을 안 받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했지만, "요리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포맷이고, 메이크업은 결과가 눈으로 바로 보인다는 차이점"을 살려 완전히 다른 리듬을 만들고자 했다. 이 차별점은 라운드마다 바뀌는 무대 구조와 콘셉트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이효리
'저스트 메이크업' 이효리/쿠팡플레이
MC 이효리의 합류는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효리가 먼저 참여 의사를 밝혔고 그 순간 프로그램은 새로운 중심을 얻었다. 그는 라운드마다 헤어·메이크업·의상을 모두 바꿔 입으며 촬영 내내 참가자에게 먼저 다가가 분위기를 풀어줬다. 제작진은 "거의 한 사람 몫 이상을 해냈고 정말 '슈퍼스타 이효리'였다"고 표현했다.

시즌 1이 끝난 뒤의 반응은 더욱 인상적이었다. 쌍둥이 미션은 가장 큰 화제를 모았고 톱3 아티스트들은 협업 요청이 쏟아졌다. 청담동 샵 아티스트들은 "방송 보고 왔다"는 일반 고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했다. JTBC 시절 제작비보다 훨씬 큰 규모였던 만큼, 이 반응은 제작진에게도 큰 안도감을 줬다.

해외의 반응은 그보다 더 직접적이었다. 프로그램은 공개 직후 쿠팡플레이 인기작 5주 연속 1위를 기록했고, IMDb 평점 8.5점, 해외 7개국 OTT 순위 톱10 진입 등 글로벌 성과를 만들었다. 현업 종사자의 참여와 세계 각국 시청자의 반응이 맞물리며 '저스트 메이크업'은 "기술·창의·스토리"를 모두 갖춘 K-뷰티 쇼케이스로 자리 잡았다.

이에 시청자들은 시즌 2의 제작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심 PD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뛰어난 아티스트들이 너무 많다"면서 "방송을 망설이는 프리랜서부터 동네에서 수십 년간 입소문만으로 예약이 차는 장인, 손기술로 이미 유명한 학생까지 잠재된 인재층이 넓고 김기수를 꼭 모시고 싶다"고 말했다.

박성환·심우진
박성환·심우진 PD/쿠팡플레이
이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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