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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먹거리 발굴 정면 돌파… 교보생명, 3세에 새 판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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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혁 기자

승인 : 2025. 11. 18. 17:54

장남 AI·VOC, 차남 글로벌 제휴 맡아
소비자보호 성과·해외 수익 확대 관건
업계 "숫자로 승계 명분 확보해야" 평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두 아들 신중하·신중현 형제가 교보생명 미래 성장동력을 책임지는 자리에 앉았다. 교보생명의 미래 비전을 맡겨 성공적인 경영승계도 함께 추진하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장남인 신중하 상무는 디지털 분야를, 차남인 신중현 실장은 글로벌 사업 분야를 담당하도록 했다. 디지털과 글로벌은 교보생명 성장을 위한 핵심 사업 분야다.

신 회장은 1953년생으로 만 72세다. 고령인 만큼 슬슬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 다만 아직까지 두 아들이 교보생명 지분을 갖고 있지는 않다. 이들에게 그룹 미래 먹거리를 위한 핵심 사업을 맡김으로써 먼저 경영능력을 증명하라는 의도로 해석된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신 회장의 장남인 신중하 상무에게 올해 8월부터 신사업·디지털부 담당을 맡게 했다. 지난해부터 맡고 있는 AI(인공지능)활용·VOC(고객의소리)데이터담당과 그룹경영전략담당에 더해 총 세 가지 임무를 맡긴 것이다. 또 차남인 신중현 교보라이프플래닛 디지털전략실장에게는 교보생명의 글로벌제휴 업무를 담당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중하 상무는 1981년생으로 미국 뉴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2015년 교보생명의 자회사인 KCA손해사정에 입사했다. 이후 2021년에는 교보정보통신(교보DTS의 전신)에서 디지털 혁신 조직을 이끌었다. 이후 2022년 교보생명에선 그룹데이터전략팀장을 맡았고, 2024년부터는 그룹경영전략담당 겸 AI활용·VOC데이터담당을 맡았다.

신 상무가 AI·VOC 데이터와 그룹경영전략의 지휘봉을 잡은 뒤 교보생명은 AI 서비스 3종(보장분석 AI서포터·FP소장 AI어시스턴트·AI데스크)을 통해 임직원과 구성원들의 AI 활용 능력을 제고했다. 소비자보호 영역에서도 큰 성과를 거뒀다. AI와 VOC데이터를 활용해 보험금 신속지급 기간을 0.24일(업계 평균 0.67일), 부지급률을 1% 미만으로 유지했다. 디지털 혁신 능력을 더욱 확장시켜, 사업 수익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신 상무의 과제다.

신중현 실장은 1983년생으로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 경영학 석사 과정을 거쳤다. 이후 일본 스미신SBI넷은행과 SBI손해보험에서 경영기획·전략업무를 맡으며 금융업 경력을 쌓았다. 2020년 교보생명의 디지털보험 전문 자회사 교보라이프플래닛에 입사해 2021년 디지털전략팀장을 거쳐 현재 디지털전략실장을 담당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린 신 실장에겐 교보생명의 글로벌 전략을 맡게 함으로써, 경영능력을 입증하라는 과제를 안긴 것이다. 신 실장은 경쟁사에 비해 약한 교보생명의 글로벌 실적을 성공적으로 개선시켜야 한다.

교보생명은 글로벌 사업에서 경쟁사인 삼성생명이나 한화생명에 비해 다소 뒤쳐져 있다. 해외보험법인을 따로 갖고 있지 않다. 미국과 일본에서 자산운용법인, 보험업에선 영국과 미얀마에 주재사무소를 둔 정도다. 실제 교보생명의 두 개 해외 자산운용법인의 순익 기여도는 미미하다. 3분기 미국과 일본에서 각각 5억4500만원과 6900만원의 순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반면 삼성생명은 태국 자회사와 중국 자회사에서만 각각 103억원, 2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한화생명은 같은 기간 해외법인을 통해 순익 491억원을 기록했다.

이렇듯 신사업 부분 최전방에 두 아들들을 배치한 건, 실무에서 능력을 증명하라는 신 회장의 고심이 담겨있다. 신중하·신중현 형제는 교보생명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성과를 통해 경영 능력을 보여달라는 신 회장의 뜻으로 풀이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창재 회장이 두 아들을 미래 먹거리 사업 전면에 세운 건 사실상의 3세 경영 시험대에 올린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승계 명분을 얻기 위해선 각 부문에서 시장이 인정할 만한 숫자로 경영 능력을 먼저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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