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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실적 전망에도… 5대 은행, 연말 또 ‘희망퇴직’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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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강훈 기자

승인 : 2025. 11. 19. 17:58

농협 접수 시작으로 시행 본격화 예상
장기근속 비중 확대 등 인건비 압박
올 신규 채용도 축소… 전년比 26%↓
경력·계약직 늘며 청년 고용 위축 우려

채용에는 소극적인 은행들이 올해도 희망퇴직에 시동을 걸면서 몸집 줄이기에 나선 모습이다.

은행은 '취업의 꽃'으로 불리는 만큼 구직자들에게 선호도가 높은 곳이지만,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신규 채용보다는 개발자 및 경력직 중심 소규모 채용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 반면 매년 수백명씩 희망퇴직으로 은행을 떠난다.

NH농협은행이 명예퇴직 접수를 시작하면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희망퇴직 시행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역대급 영업실적이 예상됨에도 희망·명예퇴직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시행될 전망이다.

이는 은행들이 근속연수가 길수록 임금과 혜택이 많아지는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근속연수가 긴 직원이 짧은 직원보다 많은 '역피라미드형' 인력 구조로 인해 인건비 부담은 매년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은행들이 희망퇴직으로 줄이는 만큼 신규채용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규직보다 인턴·계약직 등 비정규직 중심의 단기 채용 위주로 진행되면서 은행권 고용의 질도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오는 21일까지 명예퇴직 신청을 받는다. 대상자는 10년 이상 근무한 40대 이상 일반직원이다.

신청자 중 56세(1969년생) 직원은 퇴직 당시 월 평균임금 28개월치가, 10년 이상 근무한 40대 이상 일반직원은 20개월의 월 평균임금이 지급된다. 퇴직일은 12월 31일이다.

희망·명예퇴직과 관련해 다른 은행들은 일단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과거 사례를 고려하면 KB국민은행 12월말, 신한은행 12월 중순, 하나은행 1월초, 우리은행 12월말 쯤 희망퇴직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5대 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한 13조7268억원으로 역대급이지만, 연공서열형 임금체계 아래에서 역피라미드형 구조가 인건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올해도 희망퇴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직원 수가 줄었음에도 급여를 중심으로 한 인건비는 늘고 있다. 5대 은행의 직원 수는 2022년 6만6119명, 2023년 6만5038명, 지난해 6만4646명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하지만 인력 관련 비용은 2022년 12조180억원에서 2023년 11조6069억원으로 줄어든 뒤, 작년 12조457억원으로 다시 늘어났다. 주요 은행의 근속연수는 KB국민은행 17년 5개월, 우리은행 17년, 신한은행 15년 10개월, 하나은행 15년 7개월이다.

은행들이 인력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 상·하반기 정규직 신입 채용도 함께 병행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신규 채용 규모는 축소됐다. 올해 5대 은행의 정규직 신규 채용 인력은 1865명으로 전년 2525명 대비 26.1% 감소했다.

신규 채용 감소는 은행업의 구조적 변화가 원인이다. 디지털 전환에 따라 비대면 거래가 급증하면서 점포 통폐합 등 비용 절감이 이뤄지고 있다. 일반 행원의 활용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일정 기간 교육이 필요한 신입보다는 즉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을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사례가 늘었다.

이는 비용효율화 측면에서는 효과적일 수 있겠으나, 청년 일자리 공급 등 은행의 사회적 역할 측면에서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청년과 경력단절자 등 다양한 계층의 고용 확대를 위해 내놓은 일자리가 비정규직 중심이다 보니, 고용시장 개선 측면에서는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채민석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 과장은 "경력직 채용 증가는 노동시장에 갓 진입한 청년들의 고용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여기에 정부의 생산적·포용금융 확산에는 적극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청년 일자리 확대와 관련해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역피라미드 인력 구조와 비대면 중심으로 거래 환경 변화 등을 고려할 때 매년 시행되는 희망퇴직과 신입 정규직 채용 감소 기조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청년인턴, 경력직 재채용, 정규직 전환 기반 계약직 등 비정규직 일자리가 많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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