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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공중전’에 밀려… 발달장애인 교육예산 9년째 빈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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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아 기자

승인 : 2025. 11. 19. 18:07

법무부, 별도 편성없이 관찰예산 포함
제도 개편 집중… 현장 과제는 뒷전
법조계 "인권 보호·재활 먼저 챙겨야"

검찰이 발달장애를 가진 피의자의 재범을 막기 위해 도입한 '발달장애인 교육조건부 기소유예' 제도가 내년에도 '셋방살이 예산'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법무부가 관련 예산을 별도 편성하지 않은 채 기존 보호관찰 예산에 포함했기 때문이다. 반면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등 검찰개혁 '공중전'에는 정부 역량이 집중되고 있다. 그 결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인권옹호·재활 등 '지상 과제'는 계속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9일 아시아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6년도 예산안에는 '교육조건부 기소유예' 관련 별도 항목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 제도는 발달장애인의 인지·충동조절·사회적 이해 능력이 일반 피의자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도입됐다. 고의성과 범죄 이해도가 낮은 사건에서 검찰이 교육을 조건으로 기소를 미루는 방식이다. 2017년 대전지검에서 처음 시행된 뒤 현재는 전국 20여개 청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이 제도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늘 같은 벽 앞에 부딪혀 왔다. 발달장애인 교육은 특성상 1대1 맞춤형으로 운영돼야 하고, 1인당 수십만~100만원 이상 비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전문 강사 확보와 운영비 대부분을 기존 보호관찰 예산에서 끌어 쓰는 구조가 고착됐다. 별도 예산이 없으니 현장은 법무부 수강명령 예산이나 지자체 지원을 얹어 '예산 셋방살이'로 간신히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상황이다.

반면 검찰개혁을 둘러싼 공소청·중수청 설치처럼 큰 틀의 제도 개편 논의에는 인력과 예산이 계속 집중되는 양상이다. 법무부는 공소청·중수청의 구체적 조직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관련 예산은 편성하지 않았지만, 국회 정무위원회는 검찰개혁 후속 조치를 담당할 52명 규모 '검찰개혁추진단' 운영비로 17억3200만원을 편성했다. 한 대검 관계자는 "인권·교정 같은 기본 기능보다 조직 개편 논의가 먼저 움직이는 분위기"라며 "현장에서 쥐어짜며 운영하던 제도들이 예산 반영에서 더 멀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조직법 제35조는 법무부 장관의 업무를 검찰·행형·인권옹호 등 법무 전반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무부가 검찰청 폐지를 포함한 조직 개편 논의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면서, 정작 법률이 부여한 기초적 책무가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법무부의 핵심적 존재 이유는 법치를 실현하는 것이고, 법치의 최종 목적은 결국 인권 보장"이라며 "조직 개편처럼 눈에 띄는 변화만 챙길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기초적 인권 정책부터 균형 있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9월 본지가 제도 예산 부족을 지적하자 법무부는 "전문 강사를 통한 1대1 교육이 필요하다"며 "예산 편성을 위해 재정 당국과 협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검찰청 역시 지난 10월 법무부·한국장애인개발원과 간담회를 열고 정식 교육프로그램 시범 운영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에도 2026년도 예산안에는 관련 항목이 끝내 반영되지 않았다.

발달장애인 교육조건부 기소유예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윤시내 부산동구장애인복지관 사무국장은 "부산은 시 지원금으로 프로그램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원이 중단되면 교육 프로그램이 계속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한 장애인개발원 관계자도 "필요할 때마다 예산을 빌려 쓰는 구조로는 인력 과부하가 불가피하다"며 "별도 예산과 안정적 운영 체계가 갖춰져야 제도가 취지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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