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사이에선 '행동자유권' 지적
위법 요소 적어…탑승 제한은 권리 침해
해외 선진국선 시위가 접근성 확보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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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은 24일 오전 8시 15분께 서울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에서 탑승 시위를 진행했다. 지난 4일, 17일, 18일에 이어 이달 들어 4번째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지난 9월에 1회 진행한 이후 이달 다시 재개한 것이다.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는 시기에 맞춰 '장애인권리예산' 증액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이는 활동지원서비스 등 장애인 이동권을 포괄하는 예산으로, 전장연 측은 올해 대비 50% 인상안을 요구했으나 정부안은 11% 인상에 그쳤다. 전장연 관계자는 "당분간 매주 화요일 정기 집회 외에도 (지하철 탑승 시위가) 비정규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출근길이 막힌 시민들은 시위에 따가운 시선을 보낸다. 전장연 활동가가 탑승하는 과정에서 지하철이 수십분 지연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5호선 광화문역에서 진행된 시위에서는 서울교통공사(공사)가 해당 역을 무정차 통과 조치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시민을 볼모로 한 인질극"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이 나온다. 지하철 정상 운행을 막아 일반적 행동자유권(이동의 자유)을 침해하는 불법 행위라는 것이다.
반면 장애인의 절박한 목소리를 내기 위한 적법한 수단이라는 주장도 있다.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는 실내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집시법의 대상이 아니다. 이 때문에 공사와 경찰이 철도안전법을 근거로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을 통제한다. 현행법상 역 내에서 고성방가를 일으키거나 열차운행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하면 퇴거 조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장애인이 지하철에 탑승하려는 시도를 '방해 행위'로 규정해 제한하는 것은 오히려 이들의 자유권을 과하게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들 간 갈등을 정쟁으로 끌고가는 정치권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월 출퇴근 시간대 시민의 통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가중 처벌하는 내용의 철도안전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른바 '전장연 방지법'이다. 그간 전장연을 비판해온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도 이름을 올렸다. 토론과 합의라는 민주적 의사결정을 이끌어야 할 정치권이 갈등 중재보다 정치적 득실만을 따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해외 복지 선진국들의 사례와 거리가 멀다. 실제로 미국과 핀란드 등에서는 장애인 이동권 시위가 관련 법 제정과 인프라 구축의 계기가 됐다. 이를 통해 집회·시위는 잦아들고 장애인의 이동 접근성은 향상됐다.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전체 시민사회의 문제로 바라 본 결과 '윈-윈(win-win)'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법무법인 원곡 최정규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장애인의 열차 탑승을 막는 것은 과도한 국가 권력 행사"라며 "시민 불편을 없애려면 처벌이 아닌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